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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
  • 윤만형
  • 등록 2017-05-10 09: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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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 2개월 만에 이뤄진 진보진영으로의 정권교체



'문재인 시대'가 9일 문(門)을 열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가져온 조기 대선의 산물로 9년 2개월 만에 이뤄진 진보진영으로의 정권교체이다.


광장의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의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등으로 무너진 나라의 근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멈춰선 국정을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문 당선인의 대선 슬로건대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내는 '재조산하'(再造山河·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져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 준 글귀로,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의 과업이다.


문재인 시대의 개막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쓸쓸한 퇴장'으로 권위주의 시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리에 국민주권주의가 위력을 발휘한 새로운 시대가 움을 틔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 당선인이 스스로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차가 되고 말았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인용, "새로운 대한민국,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다. 새 시대의 첫차가 제가 운명적으로 감당해야 될 역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안팎으로 처한 현실은 엄중하다. 탄핵과 조기 대선의 터널을 지나오는 과정에서 이념·세대 간 국론분열은 이른바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며 갈수록 심화했고, 안보와 외교, 경제 위기라는 '삼중고'가 출발부터 새 정부를 옥죄고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지형에서 반대 정파를 끌어들이며 개혁입법과 예산 처리 등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협치와 연정의 시험대에도 올라서 있다.


무엇보다 인수위 없는 정부 출범이라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예행연습 없는 실전' 상황 자체가 새 정부에게는 큰 도전이다. 이 모든 환경이 정치권 안팎에서 "집권 후가 더 걱정"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회자해온 배경이다.


문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보수진영에 정권을 내줬던 야권은 9년 2개월여 만에 집권세력의 위상을 탈환했다. 그 바탕에는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피로도에 더해 탄핵 사태를 부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민심이반이 투영된 정권교체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문 당선인의 표현대로라면 지난 겨우 내내 광화문 광장을 밝힌 '촛불 시민혁명'이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화항쟁 등 앞선 '미완의 혁명'의 역사를 딛고 정권교체로 완성된 셈이다.


실제 광장의 촛불민심이 추동한 이번 조기대선은 막판에 보·혁 대결 양상이 재연되는 조짐을 보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야야(野野) 대결구도 속에서 치러졌고 이 때문에 '보수 51 대 진보 49'라는 '기울어진 운동장론'도 작동하지 않았다.


수십 년간 나라를 두 쪽으로 가른 지역주의 벽도 일부 허물어지면서 '묻지마 투표' 성향을 영호남 몰표 현상도 예전만큼 기세를 떨치진 못했다.


9년 2개월만에 이뤄진 민주당 정부의 재집권은 지난 보수정권 시절의 정책 및 국가 어젠다 리세팅을 포함한 국정 전반의 대변혁과 대수술을 필연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보수진영과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발전적 승계를 위한 '민주정부 3기'의 밑그림을 그려가야 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청와대 '왕수석', 비서실장 출신인 문 당선인에게 있어 참여정부 부채와 유산의 발전적 극복은 이번 정부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열쇳말이기도 하다. 새 정부가 '참여정부 시즌 2'에서 벗어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업그레이드된 DNA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다.


문 당선인이 후보 시절 "민주정부 10년의 공과 과를 돌아봤다. 공은 공대로 계승하고 실패한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게 나라냐'는 광화문 광장의 함성으로 시작된 이번 대선 기간 내내 문 당선인이 붙잡고 있던 화두는 '적폐청산'과 '국민대통합'이다. 그만큼 집권 후 최대 과제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적폐청산의 깃발을 내걸고 지지층 결집에 나섰던 문 당선인은 본선에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국민대통합에 방점을 뒀다. "더 넓어지겠다"며 광폭 인재영입 등을 통해 반대진영의 공격소재였던 패권주의 및 배타성 논란을 차단해내며 끊임없는 외연 확장을 시도한 그의 시선도 궁극적으로는 국민통합을 향해 있었다.


여기에는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지역·이념 갈등의 굴레에 갇혀 '국민 절반의 대통령'에 그치며 골 은 분열상을 치유하지 못한다면 적폐청산 등 개혁과제들의 추진 동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이 깔렸다.


문 당선인이 "그동안 선거 당일 어느 지역에서 잔치가 되면 다른 지역에서는 눈물바다가 됐다"며 "사상 처음으로 영남과 호남 모두에서 지지를 받고 싶다"며 선거기간 내내 '대통합 대통령'을 외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동시에 문 당선인은 후보 시절 펴낸 공약집에서 '적폐청산 특별조사 위원회'(가칭) 설치 등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적폐청산을 '공약 1호'에 올리는 등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대선 초기의 '대청소' 표현은 '대개조'를 거쳐 '국가 대개혁'으로 옮겨가는 등 특정인 또는 특정세력의 인적 청산 보다는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 쪽에 방점이 찍히는 듯한 흐름이다.


문 당선인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견인할 두 축으로 제시한 '적폐청산'과 '국민대통합'에 대한 절묘한 균형을 이뤄가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도 향후 지켜봐야 할 중요한 지점이다.


이와 관련, 문 당선인은 "적폐청산과 통합이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정부패, 불법과 불의를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 포용과 통합이 아니다. 개혁을 시작해야 국민통합도 완성된다"며 '정의로운 통합'을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도 "저 문재인의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 다음 정부는 절대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집권여당이 120석에 그치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통합정부 구성과 협치는 필수이다. 하지만 당장 거야(巨野)가 제동을 걸면 국무총리 및 장관 인사청문회부터 덜커덩거릴 수밖에 없는 등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더욱이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법안 하나도 제1당 자력만으로는 처리하기 힘들다.


선거기간 '적폐'로 규정했던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제1야당'이라는 현실적 실체를 존중하지 않고서는 개혁 드라이브를 제대로 걸 수 없는 상황이다.


 "집권하면 국민대통합 정부를 구성, 대탕평 인사로 능력 있는 분들을 모시겠다. 합리적인 진보부터 개혁적인 보수까지 다 함께할 것"이라며 대통합정부 카드를 꺼내는 한편으로, 당선되면 당일 야당 당사를 찾아가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당선인은 또한 "일방적 개

혁, 국민이 찬성하지 않는 개혁, 정치권만의 개혁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비롯해 87년 헌법 체제 손질이 새 정부의 몫으로 넘어온 가운데 국민적 공론과 제정파의 합의를 모아가면서 '개헌 파고'를 순탄히 넘을 수 있을지도 문 당선인에게 놓인 숙제이다. 문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공약한 가운데 반대 정파에서는 정권 초기부터 개헌을 고리로 새 정부의 힘을 뺄 공산이 작지 않아 보인다.


 '준비된 대통령'을 내건 문 당선인이지만, 안보와 외교, 경제 등 어느 하나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2012년 대선 회고록 성격으로 2013년 말 펴낸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문 당선인은 "성장과 안보 담론이 부족했다"며 "민주진영이 '국가', '애국'이라는 가치에 관심을 덜 가졌던 게 사실이고, 이런 점이 '종북 프레임'에 취약한 배경이 됐다"고 자성했고, 이번 대선기간 안보와 경제 문제에 역량의 상당 부분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당장 전임 정부가 배치를 강행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놓고 10억 달러 비용 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미국 트럼프 정부와 경제적 보복에 나선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상태이다. 여기에 북한 도발 가능성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상황 대처와 한일위안부 문제 등 어떤 외교·안보 현안 하나 복잡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한미동맹 공고화를 포함,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국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면서 우리나라의 주도권도 확고히 함으로써 국익과 실리를 취하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선거기간 불거진 '송민순 회고록' 파동에서 드러나듯 대북관과 안보관에 대해 보수진영이 끊임없이 보내는 의구심도 불식시켜야 한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 당선인은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과 취임 직후 10조 원 일자리 추경 예산 편성 등 일자리에 최우선을 두고 있지만, 저성장·양극화·저출산·고령화·고용절벽 등을 뚫고 경제 위기를 탈출하면서 '장밋빛 미래'를 펼쳐 보이기란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 증세 문제도 적정한 시점에는 어떤 식으로든 건드려야 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19일 오전 투표를 마치고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홍은동 자택 뒷산을 산책하며 '짧은 휴식'을 취하던 문 당선인은 '선거운동도 끝나 홀가분할 것도 같고 마음이 더 무거울 것 같기도 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하나도 홀가분 안 하다"고 대답했다. 그만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그가 헤쳐가야 할 산적한 과제의 무거움을 보여준 대목이다. 그리고 '대통령 문재인'의 성공 여부에 대한민국의 5년 운명이 달렸다.


또한 "대통령이 출퇴근하면서 퇴근 때 남대문 시장에 들러 시민과 소주 한잔 하며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겠다"며 '광화문 대통령 시대', '소통 대통령'을 공약한 그가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를 기대한 일반 국민의 소소한 일상을 깨알같이 바꾸며 '희망의 내일'을 선물할지에도 대한민국의 시선은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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