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제대한 이동건이 잇따른 컴백작 불발로 깊은 시름에 빠졌다. 올 하반기 지상파 드라마로 컴백하는 듯 했지만 최근 모두 백지화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나 종편, 케이블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는 이상 하반기 컴백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역을 앞두고 유력 기획사의 영입 경쟁이 벌어졌던 이동건에게 세 달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동건은 제대를 앞두고 나무엑터스와 코어콘텐츠미디어 등으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한 회사는 이동건이 거주할 강남 고급 오피스텔을 제안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 12월, 이동건이 택한 곳은 신생 마스크엔터테인먼트였다. 3억원의 계약금과 원하는 작품으로 컴백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겠다는 소속사의 의지가 이동건과 그의 부친을 붙잡았다. 이곳 오너는 지방 방송사 사장 출신으로 재력과 연예계 인맥이 두텁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제일기획이 기획한 300억짜리 대작 해상왕 드라마 '이카루스'에 고수와 출연한다는 얘기가 돌 때만 해도 이동건의 컴백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과도한 손익분기점과 중국 로케이션의 문제, 이동건의 출연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상파 편성이 불발됐다.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출연 교섭을 벌인 고수 소속사와 달리 이동건 측은 이 작품에 올인했다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이동건 측은 회당 출연료 5000만원을 약속받았지만 이 중 일부를 회사 진행비로 돌리는 과정에서 잡음도 발생했다. 이동건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500만원 가량을 회사 진행비로 사용하려다가 이동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다.
이동건이라는 브랜드에 결정적으로 흠집이 난 건 MBC 9월 드라마 '7급공무원'이었다. 강지환 김하늘 주연 동명 영화를 드라마로 각색한 이 작품의 제작사 사과나무픽쳐스는 이동건에게 가장 먼저 출연을 제안했고 이동건 측도 컴백 카드로 이 드라마를 사실상 내정했었다.
하지만 MBC와 제작사가 이동건 외에 김남길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를 접한 이동건 측은 수차례 제작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그때마다 제작사는 "그럴 리 없다. 이동건으로 픽스한 상태다"라며 안심시켰지만 최근 '비밀남녀'로 제목이 바뀐 '7급공무원'은 김남길이 유력한 주인공이 바뀌었다. "편성권을 쥐고 있는 MBC에서 김남길을 선택해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는 게 제작사의 해묵은 해명.
마스크 입장에선 불쾌하고 무엇보다 배우에게 체면이 구겨지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결국 6월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대표는 이동건 컴백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게 됐다.
익명을 원한 한 연예관계자는 1일 "동건씨가 마스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3억이라는 거액의 계약금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컴백이 늦어지며 더 큰 파이를 놓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라리 예정대로 과거 인연이 있던 나무엑터스로 갔다면 더 많은 출연 기회와 안정된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받았을 텐데 아쉽다는 얘기였다.
10년차 한 중견 매니저는 "이동건이 영화 '권법'을 위해 1년 넘게 복귀를 못한 조인성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연기자인 만큼 얼마든지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MBC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08)에 출연한 뒤 2010년 6월 입대해 지난 3월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이동건이 연예계 복귀라는 첫 단추를 언제쯤 잘 꿸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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