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군대에 가면 인생이 십년 늦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군사복무로 인해 인생의 많은 기회들을 놓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 중산층 이상에게만 통하는 말이다. 오히려 이미 정해진 운명을 살 수밖에 없는 일반 서민들 같은 경우 자식들을 군대에 더 내보내려고 한다. 그 이유가 10년이라는 시간과 배고픔, 추위라는 조건의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그들에겐 군대에 가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군대에 갔던 자녀들이 제대 시기가 다가오면 오히려 걱정을 한다. 군대 내에서는 한끼라도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제대 후에는 삶이 막막해져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하기 싫은 군인'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만들어진다.
한국에서는 입대하기 전 신체검사를 받고 등급을 판정받는다. 여기서 특정 사유로 낮은 등급으로 판단되면, 사회와 격리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는 탓에 건강한 남자들이 온갖 병에 걸린 척 연기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방부의 눈은 예리하고, 결국엔 자신에게 맞는 등급을 판정받는다.
반면, 북한에서는 육체적 조건으로 등급을 판단하지 않는다. 신체조건이 좋아도 받아주지 않는 부류도 있다. 북한의 인민군은 출신 조건으로 입대의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서 탈락하게 되면 곧바로 '탄광'에서 대체복무를 하게된다. 탄광은 인민군 생활의 몇 배로 고단한 일상을 보내야하기 때문에 입대 여부에서 '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한숨이 먼저 나오게 된다.
2009년 탈북한 김광순(38세)씨는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저의 아버지는 한국 전남에 살다가 일제시대에 징용됐습니다. 그러다 휴전이 되어버렸고, 출신성분이 안좋은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였다는 이유로 저는 인민군 입대에서 탈락됐습니다. 탄광 일은 정말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2008년 탈북한 신이철(40세)씨 또한 "어릴적, 저의 어머니는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갔습니다. 3개월 정도가 지났을까요? 일을 하러 가셨던 어머니께서 북송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저도 인민군 탈락과 함께 탄광으로 보내지더군요"라고 말을 이었다.
북한의 입대조건은 이렇듯, 신체조건보다 출신성분에 의해 좌우된다. 자신의 가족 중 한국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경우 인민군 심사에서 탈락하여, 가차없이 고된 노동으로 이어지는 곳이 북한이다. '입대'마저도 '기회의 평등'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 인민군이 북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고있다.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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