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Real Column]여론조사 보도와 사사오입 문제
  • 박경헌
  • 등록 2008-02-26 10:16:00

기사수정
필자의 고교시절.내신 등급을 산정할 때 각 과목별 점수를 ''수우미양가'' 5단계로 나누던 시절, 88점을 맞아 여유 있게 ‘우’가 됐을 때 보다 80점을 맞아 ‘우’에 턱걸이 했을 때가 훨씬 기뻤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무척 속상했다. 88점이 80점보다 2문제를 더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우’ 단계에 포함되는 현실에, 필자는 결국 전략적으로 공부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즉, 한 과목을 100점 맞고 다른 과목을 88점 맞는 것 보다는, 한 과목을 92점 맞고 다른 과목을 80점 맞는 것이 훨씬 전략적인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전자가 총점이 188점이고 후자가 172점으로, 16점의 격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같은 등급으로 분리되니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대입 수능 등급제가 비판을 받은 것이리라. 점수를 등급으로 ‘듬성듬성’ 나눔으로 인해서 억울하게 불이익을 얻는 수험생들이 더이상 없도록 하기 위해 수능 등급제는 그래서 사라지게 됐다.미국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이 이렇듯 억울한 사람들의 심리를 수치화한 바 있는데 바로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표정이었다. 1992년 NBC의 올림픽 중계 화면을 분석, 메달리스트들이 게임 종료 순간과 시상식에서의 짓는 표정을 분석한 바,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의 얼굴 표정이 환희에 가까운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동메달리스트는 메달을 하마터면 못 딸 뻔 했는데 땄으니 행복하고, 은메달리스트는 목전에 있던 금메달을 놓쳤으니 표정이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은데 실제 자료를 분석하고 계량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80점의 ‘우’를 얻은 학생과 88점의 ‘우’를 얻은 학생이 성적표를 받을 때도 그러한 표정이었으리라. 각설하고.여론조사에서도 그러한 논의가 있다. 바로 사사오입의 문제다. 자유당 시절 사사오입 개헌을 떠올릴 수 있으나 그런 거 아니고, 일부 여론조사 기관 연구원이나 기자가 지지율 표기시 사사오입 주장을 계속 하고 있는데,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여론조사 보도는 사사오입 방식을 채택하는데, 가령 38.5%나 39.4%나 모두 39%로 보도한다는 것으로서, 미세한 지지율 차이에 대한 오해와 소숫점 이하 표기가 더 정확하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도 사사오입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있어서는 경험과 연구가 훨씬 많은 미국이기에 일견 일리 있어 보이지만, 필자는 고교때 ‘수우미양가’ 등급 제도가 생각나서 선뜻 사사오입 '개헌(?)'에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첫 번째는 독자의 알권리다. 사사오입을 주장하는 쪽의 입장은, 오차범위 내에서도 특히 1%p 가량의 격차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기 때문에 38.5%나 39.4%나 39%로 보도하자는 입장이지만, 필자, 그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즉 표집오차 범위가 95% 신뢰수준에서 ±3.1%인 1,000명의 여론조사에서 A후보가 385명의 지지를 얻어 38.5%이고 B후보가 394명의 지지를 얻어 39.4%의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이 매우 미세한 차이고 오차범위 내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무의미한 비교라 할지라도, 조사 결과 자체는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차범위 내에서 순위가 뒤바뀔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10여년 전, 필자가 모 정당 연구소에서 대통령 후보에게 보고되는 여론조사 보고서를 대선기간 1년동안 직접 작성했었는데, 만일 그때 모시고 있던 후보가 39.4%로 나오고, 다른 당 경쟁 후보가 38.5%로 나왔다면 두 후보 똑같이 39%로 보고할 수 있었을까? 물론 반대로 경쟁 후보가 39.4%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동률로 보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차범위 내이고 미세한 차이라 두 후보 모두 사사오입하여 39%로 동률이라고 보고했다면, 당시 모시고 있던 후보 필자의 보고서를 보고 답답해했을 것이 분명하고, 필자의 보고서를 더이상 받으려 하지 않았으리라. 만일 필자가 여론조사 전문기자였다고 해도, 정치부장에게 소숫점 한자리 결과를 누락시킨 채 두 후보를 동률로 보고했다면 그 부장님 또한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10여년이 지난 지금. 필자가 그러한 보고서를 보고할 대상은, 이제 대선 후보가 아닌 독자와 유권자들이다. 최종 조사결과를 받아 보는 사람이 대선후보가 아닌 유권자라 할지라도, 조사를 하여 발견해 낸 팩트(Fact)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다만 오차범위 내의 격차가 갖는 의미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여, 필자는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사사오입의 보도경향을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 두 번째는 유권자 한 사람의 가치다. 1천명 조사하여 385명(38.5%)의 지지를 얻은 A후보와 394(39.4%)명의 지지를 얻은 B후보가 둘다 390명(39.0%)으로 보도된다면, A후보는 없던 지지자 5명을 얻은 셈이 되고 B후보를 지지한 394명 중 4명은 불가피하게 여론조사 보도에서 배제되게 된다. B후보 지지자 4명은 차라리 조사에나 응하지 말 것을, 조사에 참여해놓고도 여론조사 보도에서 누락된다면 그 유권자들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누가 보상하랴. 필자가 운영하는 리얼미터, 작년 하반기부터 직접 전화면접(CATI) 조사센터를 구축하여 전화면접 조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응답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최근 선거 시즌을 맞아 경력이 있는 전화 면접원을 구하기도 힘들고, 면접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응답을 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또 반대로 응답을 해주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도 어찌보면 귀찮은 전화에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여 응답을 해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왜 사사오입으로 1,000명의 조사에서 적지 않은 지지자들을 솎아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1천명 조사에서 만약 4명 지지자 밖에 얻지 못한 후보가 있다면 0%로 보도되어야 하니, 그 후보나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후보에게는 응답받지도 않은 5명의 표를 거저 주고 말이다.그럼에도 사사오입을 해야 할까?앞서 표현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유권자, 그중에서도 여론조사 보도를 접하는 독자나 시청자들의 수준은 이제 사사오입을 하지 않아도,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을 만큼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다. 눈높이가 아직 높아지지 않은 일부 독자들에게는 작은 격차가 갖는 의미에 대해 여론조사 보도기자가 잘 설명해주면 되고, 눈높이 높아진 독자들에게는 조사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여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고 선진화된 여론조사 보도라고 생각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로 국민이 대통령이고 유권자가 왕이기 때문이다. 독자와 유권자들을 믿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 그게 여론조사 기관과 여론조사 담당 기자들의 올바른 선택이라고 믿는다. 새 대통령의 통치권이 막 시작된 월요일 새벽에. 리얼미터 대표 연구원 이택수.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인사] 경찰청 ◇ 치안감 승진 예정▲ 경찰청 치안정보국 치안정보심의관 송영호 ▲ 〃 국제치안협력국장 직무대리 이재영 ▲ 〃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 신효섭 ▲ 서울특별시경찰청 경비부장 김병기
  2. 포천시 소흘도서관, 3월부터 ‘다독다독 독서퀴즈’ 운영 포천시립소흘도서관은 독서 생활화와 지역사회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오는 3월부터 어린이, 청소년·일반을 대상으로 대상으로 ‘다독다독 독서퀴즈’를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도서관 북큐레이션 코너에서 선정 도서를 읽고 퀴즈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경험을 ‘이해와 사고’로 확장해 독서의 재미와 몰입...
  3. 속초시, 설 연휴 기간 아이돌봄서비스 정상 운영 속초시가 설 연휴 기간에도 아이돌봄서비스를 정상 운영하며 맞벌이 가정 등 양육공백을 줄이는 데 힘을 쏟는다.아이돌봄서비스는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다. 시는 설 연휴 기간인 2월 15일부터 18일까지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운영을 유지한다.이번 연휴 기간에는...
  4. 청년스테이지ON 2026년 사업 설명회 개최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2월 12일 오후 7시 ‘2026년 청년스테이지ON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올 한해 지역 청년 문화예술인을 위한 지원사업 추진 계획을 설명하였다.    이번 설명회에는 청년 예술인, 기획자, 문화예술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2026년 사업 방향, 지원 규모, 참여...
  5. 동구 전하체육센터 유아놀이실 새단장 완료, 재개소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전하체육센터 내 유아놀이실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오는 2월 23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유아 놀이시설 새단장 사업은 전하체육센터 1층 시설 개선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동구는 특별조정교부금 14억 원을 들여, 예전 돌고래 역도단이 쓰던 공간을 재배치하고 이용객 편의를 위한 휴게...
  6. 남목노인복지관, S-OIL과 함께하는 난방유지원사업 실시 남목노인복지관[뉴스21일간=임정훈]사회복지법인 진각복지재단 남목노인복지관(관장 황상선)은 2월 9일(월) ~ 2월 13일(금)까지 울산 동구 지역 에너지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S-OIL과 함께하는 난방유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이번 사업은 S-OIL의 후원과 울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를 통해 추진됐으...
  7. 중구치매안심센터, ‘찾아가는 치매 조기검진’ 실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보건소(소장 이현주)에서 운영하는 중구치매안심센터가 오는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 수, 금요일마다 ‘찾아가는 치매 조기검진’을 실시한다.    중구치매안심센터는 동(洞) 행정복지센터와 노인복지시설 등을 돌아가며 방문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검진 △맞춤형 치매 상담 △치매 ...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