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생활 속 작은 것에서부터 형평(Equity)은 만들어진다
  • 최철규
  • 등록 2014-10-22 11:20:00

기사수정
  • 칼럼 - 정이은숙 충남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 컨설턴트

성평등 여자 화장실에서 부터 시작 이용시간 남성보다 2배 이상 길어

얼마 전 며칠 동안 홍콩에 머문 일이 있었다. 연일 매스컴을 달구고 있는 민주화시위에도 불구하고, 쇼핑의 천국이라는 이름답게 명품으로 가득한 쇼핑센터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화려함보다 더 신기한 것을 발견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에 눈길이 멈추었다.

듣도 보도 못한 화려한 명품숍들 사이로 길게 줄지어 서있는 화장실 앞 여성들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나 영화관 등에서 여성들이 항상 경험하게 되는 화장실 앞 줄서기를 홍콩에서도 똑같이 보게 된 것이다.

아마 홍콩 여성들도 바로 옆 한산한 남자화장실을 쓰고 싶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광저우 여대생들의 남자화장실 점령사건’이라는 기사를 읽은 기억도 난다. 여성화장실 확대를 요구하면서 여대생들이 퍼포먼스 시위를 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나 홍콩에서나 유독 여자화장실 앞에만 긴 줄이 만들어지는 것은 왜일까?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화장실 평등(Restroom Equity)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생리적 차이, 자녀 동행 등의 이유로 여성의 화장실 이용시간이 남성보다 2배 이상 길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여성화장실을 남성화장실 보다 2배 이상 설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2006년 이후 일정규모 이상의 관람장 등의 남녀 변기수 비율을 1 : 1.5로 규정하였고, 2013년부터는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15개소)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화장실 평등(Restroom Equity)’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성별영향분석평가”라는 제도에 의해 만들어지고 정책화된 개념이다.

성별영향분석평가는 정부의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특성, 사회·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부정책이 성평등 실현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로서, 이미 전 세계 90여개 국가에서 시행경험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실시되고 있는데, 2004년 중앙부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모든 지자체의 법, 계획, 사업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이 제도는 흔히 오독(誤讀)되는 것처럼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별을 중심으로 형평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에 대한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개선을 이루어내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리하도록 지하철 손잡이 길이를 다양하게 개선하고, 여성들의 암수검율을 높이기 위해 검진기관의 지정기준을 완화시켰으며, 유족연금 지급 시 남성배우자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주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등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위에서 말한 여성화장실 설치비율 확대 또한 생활체감형 제도개선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여전히 성평등한 사회, 작은 것에서부터 형평(Equity)이 이루어지는 사회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는 역부족이다. 2012년에 이루어진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예로 들면, 전국의 302개기관에서 1만3,522건이나 되는 분석이 이루어졌지만, 실제 제도개선까지 이루어진 사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알려져 있지 않다.

또 전문가 및 관계공무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고, 따라서 생활 속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제도개선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전국적 차원의 것이기는 하지만, 충남도에서 강력한 의지를 가진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는 시민제안, 시민모니터링단 등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이 거버넌스를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평등 의제를 발굴, 분석, 제도개선까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또 집약되고 집중된 추진체계를 만들어 실효성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생활 속 그 작은 변화가 우리사회를 더 성평등하게 느끼는 중심일 수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동구, 2026 재난안전예산 우선순위 검토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동구는 10월 17일 오후 2시 3층 재난상황실에서 재난안전 관련 담당자들이 함께 2026년 재난 안전 예산 우선순위를 검토하였다.    이번 검토는 현재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101개 사업 186억 대한 적정성 심의, 예산반영 우선순위 등을 결정하여 재난 안전 관련 예산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또 시급한 재난 안...
  2. 동구,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및 식중독 예방 캠페인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동구는 10월 17일 화진초등학교 일원에서 어린이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식생활 실천을 유도하고 식중독 예방 홍보를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이번 캠페인은 공무원과 어린이 기호식품 전담관리원 등 13명이 참여해, 어린이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어...
  3. 울산 동구, NH농협은행 구 금고업무 약정 체결식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동구(구청장 김종훈)는 10월 17일 오후 4시 구청장실에서 NH농협은행과 구 금고업무 약정 체결식을 가졌다.    약정 체결식에는 김종훈 동구청장과 백창훈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등 주요 관계자 8명이 참석했다.      NH농협은행은 구 금고지정 제안서 접수에 단독으로 참여하여 지난 9월 29일 개최된 ...
  4. 2025-2026 절기‘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발령 [뉴스21일간=김태인 ]울산시는 질병관리청이 10월 17일 0시를 기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함에 따라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및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나섰다.  질병관리청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40주차(9월 28일~10월 4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이** 12.1명(외래환자 1,000명...
  5. 카페정원‘소오소오’ 울산 제9호 민간정원으로 등록 [뉴스21일간=김태인 ]울산시는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민간정원 ‘소오소오’를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울산광역시 제9호 민간정원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소오소오’는 전체 면적 1,155㎡ 가운데 470㎡(40.6%)를 녹지로 조성한 도심형 식물정원으로, 교목 9종, 관목 8종, 초화류 33종 등 총 50여 종의 식물이 ...
  6. 동구, 제4회 직원 정책교육 실시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동구는 10월 17일 오전 10시 30분 동구청 5층 중강당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원들의 바른 정책 길잡이: 2025 동글맵 서비스’ 제4회 직원 정책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정책교육은 인구감소, 지방 소멸의 위기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구학자이자 숫자와 데이터에서 사회의 변...
  7. 울산동구치매안심센터, 치매안심가맹점 4개소 추가 지정 동구청제공[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치매안심센터(센터장 박수환)는 치매 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관내 치매 안심 가맹점 4개소를 추가 지정했다.    치매 안심 가맹점은 약국, 미용실, 카페 등 지역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업소로, 종사자 대상 치매 파트너 교육을 통해 치매에 대한 ...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