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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없는 성장·소득 불평등 해법으로 떠올라
  • 최명호
  • 등록 2016-07-04 14: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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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발달한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 논의돼왔던 기본소득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노동당과 녹색당 등 소수정당의 공약으로 등장한 기본소득은 스위스 국민투표로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더니 이제는 정치권 의제로까지 부상했다. 국회 정책연구모임인 '어젠다 2050'은 지난달 29일 열린 창립총회에서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모임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 등 야권 뿐 아니라 유승민,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등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때마침 오는 7~9일에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창립 30년을 맞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가 아시아지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국내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안으로 부상 = 기본소득이란 모든 시민에게 국가나 정치공동체로부터 아무런 조건 없이 부여되는 소득을 말한다. 기본소득은 빈곤에 대한 사회부조도 아니고 일자리가 없어서 받는 실업수당도 아니다. 보편적으로 보장되고 자산 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무조건적으로 개개인에게 지급된다는 점에서 기존 현금 복지제도와 다르다.

이상적인 아이디어 수준이었던 기본소득이 정책적 관점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미국에서였다.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사회적 빈곤의 해법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한 바 있다. 1972년 미국 대선에선 공약으로 등장했다. 민주당의 맥거번 후보는 기본소득과 유사한 '시민보조금'을, 공화당 닉슨 후보는 이보다 낮은 단계인 '마이너스 소득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마이너스 소득세는 닉슨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시행되지는 못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열기가 최근 다시 확산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다. 극단적인 이윤추구를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하에서 비용절감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전략으로 인해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되고 고용불안과 실업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경제성장은 더 이상 충분한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소득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것.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명제 아래 완전고용을 추구하는 기존 복지국가의 전략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불평등한 소득분배는 다수의 소비 여력을 심각하게 위축시켜 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균형을 무너뜨리고 항상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은 이같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미래고용보고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기술 혁신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서 500만개에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국가가 기본적인 소득안정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게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소득불평등을 어느 정도 시정할 수 있고, 소비가 증가해 경제도 좀 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제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 있는 개발자들과 IT기업가들 중에 기본소득 지지자가 많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기본소득은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도 제시된다. 국가가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기업의 비용증대나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그만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 민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으로 수출도 안되고 내수도 소비절벽인 현재 경제구조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거의 유일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고 이를 위해선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사각지대 해소·관리비용 절감 효과도 = 기본소득은 갈수록 참여율이 떨어지고 형식적 절차가 되어가고 있는 민주주의를 살려낼 방안으로도 논의된다.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굳이 오랜 시간 일하지 않아도 되고 더 많은 시간을 문화적 활동이나 정치적 참여에 활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효과의 연장선에서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을 생태위기의 해법으로도 제시한다. 생태위기를 낳은 근본적인 원인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과도한 생산과 소비에 있는데 기본소득으로 더 적게 일하고 비물질적, 문화적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낸다면 기존 경제체제와는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논리다.

정치적, 생태적 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기본소득 도입논의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인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무연금 및 저연금으로 인한 국민연금 사각지대 등 복지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기술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사각지대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면서 "기본소득 도입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부조, 사회보험 등 각종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통합해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재정 누수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기대되는 효과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대안으로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기본소득은 전반적인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되레 기존 복지제도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본소득을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것도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근로의욕 상실 등으로 기업활동이 어려워지고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기본소득의 취지는 좋지만 내수로만은 어렵고 수출에 의존해야하는 우리나라 경제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한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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