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핵실험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을 추가 핵실험을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점을 노골화한 것이며, 당장 핵실험은 하지 않겠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하지 않으면 이를 빌미로 적당한 시기에 5차 핵실험에 감행하겠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리 외무상은 2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하늘로 날아갔다"면서 "우리가 추가 핵실험을 하는가 마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27일) 63주년을 전후로 북한이 5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리용호의 발언은) 미국에 굴복하지 않고 또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이 당장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향후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예견되는 시기로는 다음 달로 예정된 대규모 한미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이후 또는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의 차기 정부의 초기 시점이 주로 거론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빠르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이후가 될 가능성이 있고 이때가 아니라면 내년 1∼6월 사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 초기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선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진행된다면 북한이 반발 차원에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고 이외에도 북한은 남북 및 북·중 관계를 고려해 핵실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어쨌든 북한으로서는 추가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특정한 때를 못 박지 않고 외교적 여건을 고려해가면서 끊임없이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