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54) 공사가 지난달 가족과 함께 한국에 망명했다고 17일 정부가 밝혔다.
태 공사는 주영 대사관의 2인자 역할을 해왔다. 1997년 북한 미사일 중동 판매 관련 정보를 갖고 망명한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대사 이후 최고위급 탈북 외교관이다. 함께 망명한 아내 오혜선씨도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였던 오백룡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인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며 "이들은 현재 정부의 보호하에 있으며 유관 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 동기와 관련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했다. 이날 한때 '태용호'라는 이름으로도 보도가 됐으나 통일부는 "태영호가 맞다"고 밝혔다.
BBC 등에 따르면 태 공사는 지난달 중순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덴마크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작은아들은 이때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가족의 SNS와 전화도 모두 끊겼다. 태 공사는 당초 미국 등 제3국 망명을 추진하다가 막판에 한국 귀순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