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수 고영민(32)이 두산을 떠나 현역생활을 이어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고영민은 27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 야구를 오래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며 현역연장 의지를 내비쳤다. 이달 팀으로부터 전력제외 통보를 받은 뒤 은퇴와 조건 없는 방출, 두 가지 선택지에서 후자를 택한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심이다. 고영민은 “(방출) 통보는 이달 중순에 받았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김태형 감독님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고민이 많았지만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려 현역연장을 선택했다”며 결심 배경을 밝혔다.
무려 15년간 정든 팀과의 작별이다. 고영민은 2002년 데뷔 후 올 시즌까지 두산에서만 프로 경력을 쌓았다. 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6년 116경기에 출장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2007년과 2008년 전 경기(126게임)를 책임지며 주전 2루수로 발돋움했다. 특히 2008년 여름에는 뛰어난 수비감각으로 한국의 베이징올림픽 전승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시작된 부상 터널은 고영민을 매번 괴롭혔다. 발목 부상과 더불어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칠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경쟁자 오재원(31)의 등장으로 주전자리마저 빼앗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우여곡절 끝에 두산과 1+1년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지만, 결국 2016년은 고영민이 두산에서 뛴 마지막 시즌으로 남게 됐다.
친정을 떠나게 된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고영민이란 이름이 팬들의 기억 속에서 많이 잊혀지고 있다”며 “다시금 고영민의 야구를 보여줄 수 있도록 그라운드에 반드시 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수비와 주루만큼은 아직 자신 있다. 15년 전 신인의 마음으로 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