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쓸 데 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 했던가? 13일 요코하마에선 한 유명 축구 감독이 인터뷰에서 이 말을 절로 떠오르게 했다. 화자(話者)는 지네딘 지단이고, 그가 앞 문장 '연예인' 자리에 대신 넣은 것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지네딘 지단은 오늘 열릴 2016 FIFA 클럽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14일 진행된 공식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유럽 챔피언 자격으로 일본으로 날아온 레알 마드리드는 남미 챔피언 나시오날처럼 4강에 직행해 4강전이 첫 시합이다. (나시오날은 14일 저녁, 개최국 특례로 대회 참가 자격을 얻은 일본의 가시마에게 패배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 FIFA 클럽 월드컵에 참여한 레알 마드리드였지만, 지단 감독은 피곤한 기색 없이 반복된 질문에 차분히 답했다. 선수 대표로 동석한 카세미루가 10분 남짓만에 답변을 끝내고 훈련 준비를 하러 인터뷰장을 떠난 것과 달리 지단 감독은 앞뒤를 다퉈가며 손을 드는 기자들이 원하는 답을 무난하게 반복했다.
인터뷰 현장을 가득 메운 외신 기자들이 던진 질문의 가장 큰 공통점은 '레알에게 이 대회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였을 것이다. 단어만 바꿔 이어지는 엇비슷한 질문이 지루할 법도 했지만, 지단 감독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 대회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란 물음엔 "매우 중요하다. 우승만 생각하고 왔다"고 답했고, "(빡빡한 일정인데) 시차 문제는 없는지, 경기 준비가 잘 된 것인지 궁금하다"는 말엔 "일정이 여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이틀간 잘 준비했다. (스페인에서 온) 기자분들과 마찬가지로 시차에 대한 부담도 없진 않다. 일본팬들의 열렬한 환영이 큰 힘을 줬다"는 덕담으로, "상대팀에 대해 아는 게 있는가"라는 조금은 위험한 질문엔 "꾸준히 분석해왔고 지난 3일간 팀 전체가 함께 공부했다. 오늘은 디테일에 집중해 준비할 것이다"며 운을 뗀 뒤 "고품격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지단 감독에게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에는 '레알이 당연히 결승에 가겠지'라는 낙관적인 기대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익숙할 지단 감독은 이 질문들에 휘둘려 상대를 무시하거나 성적을 장담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가시마와 나시오날의 4강전이 열리기 전이라 아직 결승 진출팀이 결정되지 않은 때였지만, "둘 중 누가 더 편한 상대냐"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는 "일단 내일 경기(아메리카전)를 이기는 게 우선이다. 다음 경기는 그 뒤에 얘기하자"며 기자를 타일렀고, 아메리카전 승부를 예상하는 질문에는 "50:50"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는가"라는 우문에는 "레알 마드리드는 늘 강한 압박을 견뎌야 하는 팀"이라는 현답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