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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최순실 "없다… 없다"
  • 조병초
  • 등록 2016-12-20 09: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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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과 공모한 적 없고, 모든 혐의 인정할 수 없다"



최순실(60)씨가 19일 첫 공판에 출석해 '대통령과 공모(共謀)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등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씨는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죄든 달게 받겠다' 하고 왔지만 오는 날부터 새벽까지 (검찰로부터) 많은 취조를 받아서 이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국민참여재판을 받겠느냐"는 재판장 질문에는 "진상 규명을 위해 부적절하다"고 했다.


최씨에 대한 첫 공판은 이날 오후 2시 10분 시작됐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해 방청석 가운데 80석을 추첨 형식으로 일반인에게 할애했다. 40여 언론사 취재진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공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은 20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사건으로 피고인석에 섰던 바로 그 법정이다.

최씨는 상아색 수의(囚衣)에 수인 번호 628번을 달고 공판 시작 10여분 전쯤 서울구치소 호송 버스에서 내렸다. 수감 중엔 염색을 하지 못해서인지 흰머리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호송 버스에서 내린 그는 마스크를 벗고 구속 피고인 대기실을 나와 법정을 가로질러 변호인 옆에 앉았다. 그는 취재진의 카메라와 법정에 온 방청객 시선을 의식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재판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공판 초반부에 2분가량 언론의 촬영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최씨를 개명(改名) 후 이름인 '최서원'으로 불렀다. 최씨는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가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묻자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56년 6월 23일입니다" "임대업입니다"라고 답했다.


최씨에 대한 인정(人定)신문 절차가 끝나자 검찰이 최씨에 대한 공소(公訴) 사실 요지를 낭독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최씨를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사 6명을 투입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데서 보좌한 공직자(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와, 오랫동안 대통령과 친분을 유지한 민간인(최씨)이 권력을 남용하고 특정 사기업에 특혜를 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최씨 등을 기소하기 위해 대기업 총수 등 226명을 조사했고, 52곳을 압수 수색해 증거를 확보했다"고도 했다.

검찰에 이어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일어서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 어느 것이 의혹인지가 법정에서 걸러져야 할 것"이라며 검찰이 최씨에게 적용한 11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11가지 중 (미르재단 강제 모금 등) 8가지는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것인데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어 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그런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가 직접 최씨에게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가 맞느냐"고 확인하자 최씨는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10월 31일 독일에서 귀국해 검찰에 출두하던 날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했었다.


검찰과 최씨 측은 법정에서 '증거'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재판부에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 등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라며 827건이나 되는 증거 목록을 제출했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혐의와 관련한 증거 목록도 429건에 달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최씨를 기소한 이후에도 강압적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밤늦게까지 조사하는 등 인권침해적 수사를 많이 했다"고 맞섰다. 그러자 검찰은 "최씨가 변호인 접견만 69차례나 했다"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최씨 측은 검찰이 "최씨 소유가 맞는다"고 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재판의 결정적 증거인데 실물을 전혀 보지 못했다"며 "시중에 낭설과 억측이 있으니 태블릿PC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사실 조회와 감정(鑑定)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씨 측은 검찰이 최씨 등 기소에 결정적 증거로 삼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와 안 전 수석의 다이어리에 대해서도 감정을 요청했다. 최씨는 공판 말미에 재판장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자 "물의를 끼쳐 죄송하고 공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공판은 1시간 10분 만에 끝났다.


이날 공판에는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들도 출석했으나 정작 두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변론이 진행되거나 증인·피고인 신문을 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공판 절차 등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재단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 이야기를 듣고 전경련에 전달했을 뿐"이라며 '강요'나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했다. 안 전 수석 측은 이어 "(재단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재단 이사 임원 명단까지 알려줬다"며 "최씨와 대통령이 공모했는지는 모르지만 안 전 수석은 공모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안 전 수석 측은 "최순실씨는 '정윤회씨의 아내'라는 것만 알았다"며 "이상한 생각이 들어 정 전 비서관에게 '비선(祕線) 실세가 있느냐'고 물어본 적 있는데 '절대 없다'고 하더라"고도 했다.


반면 국가 기밀문서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한다"며 "전체적으로 대통령 뜻을 받들었다. 대체로 인정한다"고 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측은 뒤이어 열린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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