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북리뷰 -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 뉴스21
  • 등록 2003-04-28 00:00:00

기사수정
  • 임레 케르테스 지음/ 정진석 번역 / 다른우리 / 8,500
여기 한 사람이 있다. 20세기 인류 최대의 만행이라는 유대인 대학살의 현장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난 사람이다. 그 사람이 지금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묻고 있다. 그의 몸 속 세포 하나 하나엔 아우슈비츠의 체험이 지울 수 없는 경악과 충격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세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우슈비츠의 만행을 주도한 나치가 사라졌다고 해서 평화가 찾아왔는가? 인류는 홀로코스트가 자행되었을 때 경악했다. 찬란한 인간 이성의 토대 위에 건설된 문명 세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쉽게 해답을 찾았다. 나치라는 거악(巨惡)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천인공노할 나치 집단의 책임이고, 그 거악을 선의 이름으로 심판하면 모든 것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리라 믿었다.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쉬운 답이 어디 있겠는가? 원래 인간은 단순하고 편안한 것을 좋아한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붙들고 늘어지기보다는 누가 쉽게 설명을 해주길 바라고, 그 설명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싶어한다. 이럴 때 선악의 구분에 따른 해석만큼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만행은 모두 악의 소행이고, 우린 아무 잘못이 없다. 그 악만 처단하면 세상은 다시 평화로워진다.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으로 사람들은 인간끼리 저지른 야만을 쉽사리 잊고 쉽사리 위안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케르테스는 『기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류의 만행은 우리에게 우연히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리로 간’ 것이라고. 그러기에 아우슈비츠에서도 행복을 느꼈다는 말로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왜 불편하게 느끼는지를 스스로 되묻게 하고 있다.지금 이 순간 주위를 되돌아보자. 선의 이름으로, 선으로 포장된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야만적인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는가? 전쟁과 학살과 기아가 끊이질 않고, 이 순간에도 선악의 이분법에 따라 또다시 만행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시대를 향해 작가는 분명한 목소리로 외친다. 아우슈비츠의 원인은 선악의 이분법적 분석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있고, 현재도 아우슈비츠의 상황은 끝나지 않았노라고.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우리 동네 특공대' 도용 의혹 드라마 티저 영상에 '침묵' 강요? 논란 가열 [뉴스21일간=김태인 ]최근 백동철 감독의 시나리오 '우리 동네 특공대' 도용 의혹이 불거진 하이지음스튜디오의 동명 드라마가 결국 제작되어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예고 티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티저 영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중에는 도용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들이 차단되거나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
  2. 하나님의 교회, ‘사랑의 헌혈’로 이웃에 소중한 생명나눔 실천 △ 헌혈릴레이 여수하나님의교회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20년 넘게 헌혈에 솔선해온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 이하 하나님의 교회)가 6일 전남 여수에서 ‘전 세계 유월절사랑 생명사랑 제1737차 헌혈릴레이’를 개최해 혈액 수급난 해소를 도왔다. 하나님의 교회는 올해만도 전 ...
  3. 울산 학교운영위원장, 건강한 교육공동체 조성에 힘 모은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31일 외솔회의실에서 울산지역 학교운영위원장을 대상으로 ‘모두의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을 주제로 원탁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학교공동체의 건강한 소통과 협력으로 더 나은 민주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자 마련...
  4. 동구 도서관 자원활동가 양성과정 성황리 종료 동구청제공[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 통합도서관은 도서관 운영 활성화를 위해 도서관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10월 14일부터 31일까지 총 9회차에 걸쳐 남목도서관에서 ‘2025 동구 도서관 자원활동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였다.    동구 통합도서관은 신청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 훼손 도서 보수법 ▲ 연령별 독서지도...
  5. 시각장애 교원 특수학급 운영 역량 높인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31일 중구 가온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시각장애 특수교육 교원을 대상으로 ‘특수학급 운영 역량 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시각장애 교원이 교육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고, 안정적으로 특수학급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마련됐다.&nb...
  6. ‘번영로센트리지 1단지’ 제18호 금연아파트 지정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보건소(소장 이현주)가 10월 31일 ‘번영로센트리지 1단지’ 아파트를 제18호 금연아파트로 지정했다.    이날 중구보건소는 번영로센트리지 1단지 아파트 주출입구에 금연아파트 현판을 부착하고, 각 동 입구에 금연구역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오후 2시부터 단지 내에서 입주...
  7. 동구 전통시장 상인회, 우수 시장 견학 동구청제공[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10월 29일 대송시장 등 관내 5개 전통시장 상인 40명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소재 모란 민속 5일장을 견학했다.    모란 민속5일장은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수도권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매월 4일과 9일에 열리는 5일장 문화가 활발히 유지되고 있으며, 다양한 상품과 먹거리 등이 어우러져 전...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