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국민 투표를 지지를 위해 터키 각료들이 유럽국가에서 집회를 여는 것에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이를 불허하거나 터키 각료의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터키와 EU국들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집회 불허 결정을 내린 독일에게 유럽이 가장 경계하는 나치에 비유하며 비난했다. 독일은 이에 집회에 공식적인 제한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제1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독일에서 정치집회를 열 권리가 없다"며 "이런 집회를 정치적으로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원정 집회에 참여하려던 파트마 베툴 사얀 카야 터키 가족부 장관은 네덜란드 정부가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해 자국으로 되돌아왔다.
네덜란드는 전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의 입국을 불허했고 이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네덜란드를 향해 "나치즘, 파시즘"이라고 비난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네덜란드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폭격을 받았다"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뤼테 총리는 "우리는 침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유럽연합(EU) 내에서의 관계 이익을 고려할 때 터키와의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태를 진정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터키 총리의 방문을 연기한 데 이어 프랑스 대권주자들도 터키를 맹비난했다.
중도신당의 유력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 가치를 운운하며 나치를 거론한 것이 터키 정부의 도발이라고 비판하며 "프랑스는 터키의 폭언을 거부하고, 다른 유럽 파트너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도 "프랑스의 가까운 동맹국인 독일과 네덜란드가 터키에 모욕을 당했다"고 말했다.
유럽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터키는 집회 강행 의사를 보였으며 집회를 불허하는 국가와 단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 강화 내용이 담긴 개헌안을 지지하는 터키 민족주의행동당(MHP)의 대표는 "네덜란드가 적대국이 되고 있다"며 단교를 촉구했다.
터키가 국외 개헌 집회를 강행하는 것은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개헌 국민투표에서 재외국민투표가 '캐스팅보트'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는 약 40만 명의 터키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독일에는 140만 명이 투표 자격이 있어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에 이어 4번째로 큰 선거 기지이다.
이에 터키 정부는 터키계 유권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유럽에서 잇따라 개헌 지지집회를 열고, 장관들을 보내 찬성을 독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