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역의 주요 도시들에서 26일(현지시간)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각각 1천명에서 1만명에 가까운 야권 지지자들이 가두행진을 벌이며 부패 청산을 요구했다.
지난 2011~12년의 부정선거 규탄 대규모 시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이날 전국 동시 다발 시위는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대표적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발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가 계기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기도 한 나발니는 보고서에서 메드베데프 총리가 국내 외에 대규모 부지, 고급 저택, 포도원, 요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가 공직자 월급으로서는 도저히 구매할 수 없는 이 같은 고가의 자산들을 축적한 배경을 조사할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유튜브에서 1,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메드베데프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모스크바에서먄 약 500명을 체포했으며 활동가 구금시설을 감시하는 웹사이트인 OVD-Info는 최소 933명이 구금됐고 다른 도시에서는 수십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가하려던 나발니도 체포돼 인근 경찰서로 연행됐다. 나발니는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벌금형이나 구류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 체포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시위대와 경찰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중들은 "수치스럽다"며 "그를 내보내"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미국은 시위자들의 체포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성명서를 통해 "평화 시위대와 인권 운동가들 그리고 기자들을 구금하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며 "미국은 러시아 전역에서 평화 시위를 벌인 수백명을 구금한 데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