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유섬나(50)씨가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그의 변호인은 검찰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8일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 기일에서 45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프랑스 측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때 적시한 죄명은 횡령"이라며 "(강제송환 후) 프랑스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범죄 사실인 배임으로 기소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범죄인 인도 조약을 지키지 않아 공소 제기 자체가 적법치 않아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한 경우 죄명을 바꿀 수 있게 돼 있다"며 "프랑스 형법에도 (한국과 같은) 배임죄가 있어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한국-프랑스 간 범죄인 인도 조약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날 유씨 변호인은 "공소장에 적힌 컨설팅 비용과 관련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실제로 컨설팅이 이뤄진 대가로 돈이 오간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유씨는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의 공소사실 입증 계획과 재판의 쟁점 등을 재판부가 확인하는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유씨는 2011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모래알디자인'을 아버지의 측근 하모(61·여)씨와 함께 운영하면서 관계사인 '다판다'로부터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24억8000만원을 받아 챙겨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또 같은 기간 자신이 운영한 또 다른 개인 디자인컨설팅 업체 '더에이트칸셉트'와 동생 혁기(45)씨가 세운 개인 경영컨설팅 업체 '키솔루션'에 모래알디자인의 자금 21억100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유씨의 횡령·배임 혐의 액수를 총 475억4000만원으로 봤으나 프랑스 당국과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일단 배임액 45억9000만원에 대해서만 재판에 넘겼다.
범죄인 인도 조약 15조(특정성의 원칙)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 청구국은 인도 요청 시 피청구 국에 제시한 범죄인의 체포 영장 혐의 외 추가로 기소할 수 없다.
한편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 강매 등을 통한 횡령·배임액 110억6000만원에 대해서는 프랑스 당국의 동의를 얻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또 유씨의 횡령·배임 범죄행위와 별도로 77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를 국세청에 제출, 세금 탈루 8억7000만원 혐의도 프랑스 동의를 받아 기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