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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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불기소하고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고 고소장이 접수된지 1년11개월만에 나온 수사결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은 17일 구 전 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 신모 총경을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살수차로 시위 참가자인 백남기 농민을 직사 살수, 두개골 골절 등으로 이듬해 9월 25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구은수 전 청장과 신윤균 총경은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경비 대책 문건에 집회 관리 최종 책임자가 구은수 전 서울청장으로 명시된 점, 무전 상황 등에 당시 서울청장의 지시 등이 드러난 점 등을 고려해 구은수 전 청장에게까지 사망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민중총궐기 집회 경비와 관련이 없어 현장 지휘관, 살수요원 등을 지휘·감독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없으므로 위법한 직사 살수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
아울러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진료기록 감정 및 법의학 자문 결과 직사 살수에 의한 외인사로 규정했다. 직사 살수로 백씨가 넘어지면서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이후 급성신부전, 심폐정지에 의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을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인 살수 행위와 관련, 가슴 윗부분 직사를 금지한 운용지침을 위반하고 그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해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국가공권력 남용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또 당시 살수 요원이던 경장들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위반해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최 경장은 ‘직사 살수 때는 안전을 고려, 가슴 이하를 겨냥한다’는 내용의 살수차 운용 지침과 달리 백씨의 머리에 분당회전수(rpm) 2천800 가량의 고압으로 13초 가량 직사 살수를 하고, 넘어진 후에도 다시 17초 가량 직사 살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폐쇄회로(CC)TV 모니터를 면밀히 관찰하거나 확대해 현장 상황을 살피지 않고 지면을 향해 살수를 시작해 서서히 상향하는 등으로 가슴 윗부위에 직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등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살수차 ‘충남9호’는 살수포를 좌우로 이동시키는 조이스틱과 수압을 3천rpm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제어하는 장치가 고장 나 있었던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당시 백씨에게 제한 대상인 3천rpm 이상의 강한 물줄기가 발사됐는지는 증거가 부족해 판단하지 못했다.
검찰은 한모 경장에게 살수차 고장 사실을 숨기고 안전 검사 결과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이 추정한 당시 물줄기의 세기는 살수차 운용 경찰관들의 진술에 따른 것으로 정확한 수압은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경찰의 차벽 설치, 살수차 운영 등 집회 관리 전반에 불법 요소가 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망을 초래한 살수차 운용 자체에만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다.
이진동 부장검사는 “백남기 농민 사망은 직사 살수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의 운용 지침 위반과 지휘·감독 소홀로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국가 공권력 남용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