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째 집권하며 세계 최고령 독재자로 불리던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국민의 사퇴 압력을 거부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부터 약 20분간 수도 하라레에서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 국영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나에 대한 (여당의) 비판과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도 사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무가베 대통령은 "몇 주 내로 전당대회가 열린다. 내가 그 대회를 주재할 것이다"라고 말해 사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짐바브웨 정치권이 무가베 대통령에게 오는 20일 정오까지 퇴진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퇴진을 요구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이어 "군부는 국가 경제 악화, 여당 분열 등 국가 위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나 역시 짐바브웨 대통령이자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군부가 지적한 사실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일은 (군부가) 국가의 안정과 우리 국민의 복지를 위해 깊은 애국심을 가지고 제기한 문제"라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15일 장기 독재에 반발해 일어난 군부 쿠데타로 가택 연금되며 37년간 지켜온 짐바브웨 지도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은 최근 국방장관 출신 에머슨 음낭가과(75) 부통령을 경질하고 부인인 그레이스 무가베(52)를 후계자로 지목, 권력을 위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짐바브웨 여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은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고 무가베 대통령의 당 대표직을 박탈했다. 여당 중앙위원회의 러부모어 마투케 의장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당 중앙위원회의 결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20일 정오까지 사임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