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대출 빙하기가 시작됐다. 오늘(31일)부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가 시행돼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신DTI는 두번째 주택담보대출을 낼 때 제약 기준이 되는 부채상환금액에 기존 대출 원금과 기타대출 이자를 새로 산입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것으로 다주택자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빚 내기는 더 어려워지고 대출상환 부담은 늘어난다는 얘기다.
반면 대출기간이 길수록, 지난 2년간 소득 증빙 자료가 많을수록 대출 가능 금액은 늘어난다. 또 장래소득이 높을수록 대출 가능 금액이 더 커진다. 증빙 소득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 인정소득을 95%로 신고소득을 90%로 차감 반영한다.
가령 주택담보대출 1건을 보유하고 있는 연소득 1억원의 A씨가 만기 30년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는다면 2년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으로 대출 한도는 기존 4억1100만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감소한다.
반면 2년간 3500만원, 4000만원의 증빙소득이 있고 주택담보대출을 처음 받는 30세의 무주택자 B씨는 만기 20년 조정대상 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 때 청년층으로 장래예상소득을 인정받아 대출한도가 2억9400만원에서 3억8500만원으로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신DTI 시행으로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에 투자하는 현상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의 의무 준수사항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예대율 산정 때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이 불리하도록 하는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 방안’의 연내 시행을 공언한 바 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은행 돈줄이 막히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까지 올라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늘어난다.
최근 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이용 1266가구 가운데 52%가 상환 금액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직 등 가계에 큰 변화가 생길 때에 대비한 원리금 상환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답한 가구도 20.8%에 달했다.
특히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는 대출상환 금액이 소득의 30%에 가까워 평균보다 훨씬 높은 58.9%가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회사와 영업점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LTV(담보인정비율)·DTI 규제비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위규 사항이 적발되면 엄정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신 DTI 제도가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의 혼란 없이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신DTI는) 이미 예고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자들 사이에는 ‘오를 곳은 오른다’라는 소비 심리가 작용해 전세를 끼고라도 아파트 매입하려는 사례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