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6층에 위치한 분만장에 비상이 걸렸다. 체중 302g, 키 21.5㎝, 어른 손 한 뼘 크기의 여자 아기가 태어났다. 산모 이인선(42)씨는 이날로 임신 24주 5일째였다. 예정일이 석 달 이상 남아 있었지만 임신중독증 증상이 심각했다.
의료진은 임신 상태를 더 유지하면 산모와 아이 둘 다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출생 당시 아기의 생존 확률은 1%가 채 안 됐다.
사랑이는 태어나자마자 위기였다. 폐포가 완전히 생성되기 전에 태어나는 바람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의료진은 출생 직후 급히 기관에 관을 연결해 사랑이의 폐에 압력과 함께 산소를 불어넣어 줬다. 미숙아 전용 고빈도 진동 인공호흡기를 연결해 숨을 쉬게 했다. 일반적 호흡기와 달리 덜덜 떨면서 일정하게 호흡을 유지하게 도와준다.
엄마의 간절함도 사랑이를 버티게 했다. 미숙아는 장기가 약해 사용하게 되면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입으로 영양을 섭취해도 장이 제 기능을 못해 썩게 된다.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 수유였다. 임신중독으로 고통 받는 몸을 일으켜 세워가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랑이에게 모유를 먹였다.
모두의 간절함과 사랑 덕분에 사랑이는 두 달 만에 600g까지 자랐다.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발적인 호흡도 가능해졌다. 5개월여 동안 수많은 위기를 딛고 신생아 집중 치료를 견딘 사랑이는 어느덧 몸무게가 3kg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12일 퇴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