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잉글랜드 땅을 밟은 이동국이 다시 겨울에 떠날 처지에 몰렸다. 미들즈브러가 9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에 빠지며 17위로 추락하자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지도력과 무기력한 공격진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직 1골도 기록하지 못한 이동국이 비판의 범주에서 벗어날 리가 없다. 지역 언론들은 “왜 이동국을 영입했느냐”며 비판의 수위와 빈도를 높여가고 있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공격력 강화를 노려야 하는 미들즈브러는 이미 이동국을 보내기로 결정했다.이동국의 유럽 도전이 또 한번 실패로 끝날 위기다. 다행인 것은 그의 도전 의식이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 한국 최고 공격수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유럽에 잔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성공을 쓴 뒤 돌아오겠다는 것이 이동국의 생각이다.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온다. 지난 24일 새벽, 국내 축구 팬들은 팀 훈련에 본격 합류한 박지성의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되자 환호했다. 유럽파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박지성이 부상으로 인한 긴 재활을 이겨내고 엔진에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이 훈련을 잘 소화하고 있다. 1월에는 돌아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회복세가 빨라질 경우 박지성은 지난해처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복귀할 수 있다. 12월 말에 휴식기에 들어서는 유럽 리그와 달리 프리미어리그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사흘 간격으로 4경기를 치른다. ‘복싱데이’로 불리는 이 시기의 성적에 따라 사실상 한 시즌의 성적이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지성이 이 시기에 힘을 실어준다면 맨유로서는 아스널, 맨시티, 첼시, 리버풀과의 경쟁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맨유 팬들에겐 박지성의 복귀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다름없다.엇갈리는 두 선수의 운명은 적자생존의 냉정한 유럽 축구 현실을 보여준다. 주어진 기회에 빠르게 호응하지 않으면 금세 내치는 것이 프리미어리그, 유럽 축구의 원칙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는 ‘운명은 재료와 씨앗을 제공해 줄 뿐이다’고 말했다. 유럽 축구에서도 운명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의해 바뀌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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