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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수평적 자리배치로 낡은 사고 버린다"
  • 이주은
  • 등록 2005-05-11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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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입구부터 상급자 자리…정시에 퇴근해 자기계발 주력
사무실 출입구 근처 자리는 말단 직원이, 안쪽 창가 자리는 상관이 차지한다는 ‘관례’가 더 이상 과학기술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과기부 혁신기획관실은 지난달 25일 직급 위주의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 협력구조로 바꾸고, 사무실 공간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파격적 자리이동을 단행했다. ‘낡은 사고’를 버리기 위한 혁신의 상징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찾은 과기부 혁신기획관실은 출입구를 시작으로 과장-서기관-사무관-주사 순으로 자리가 배치돼 있었다. 사무실을 들어서자마자 맞닥뜨리는 혁신기획관의 명패는 기존 관례에 비춰보면 상당히 어색(?)하다. 용홍택 혁신기획관은 “혁신의 핵심은 ‘고객만족’이며 간부에게는 직원들도 고객”이라며 “스스로 일하는 자세를 가다듬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시행한 작은 혁신”이라고 자리 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용 기획관이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직원들의 공간도 넓어졌다. 당초 기획관 자리는 평직원 3명이 사용하는 공간과 맞먹을 정도였으나 용 기획관이 평직원과 동일한 면적의 자리로 이동함으로써 2명분의 공간이 늘어난 것이다. ‘자리 이동’이라는 변화는 조직 내부의 신뢰와 활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자리 이동 전의 기획관 자리에 앉은 이규만 씨(6급)는 “자리 이동 이후 공간이 넓어진 것이 작은 성과라면 부서 내에서 서로를 믿고 ‘한 번 해 보자’는 의욕이 커졌다는 것은 본질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기획관이 말단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상황인데 직원들에게 변화가 없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혁신기획관실은 과기부 전체의 혁신을 주도하고 각 부서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자리 이동도 ‘먼저 모범을 보이자’는 생각이 한 몫 한 셈이다. 혁신기획관실은 사무실 입구 옆 복도에 ‘혁신모니터’를 설치해 현재 추진 중인 혁신상황을 직원과 방문자들에게 알리고 혁신과 관련된 어록 및 동영상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자체 구축한 ‘과학기술혁신 브리핑’ 웹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생생한 과학기술혁신 속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혁신을 고취하는 내용의 컴퓨터 화면보호기, 혁신홍보용 이메일 양식 제작 전파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용 기획관은 “과기부 전 직원이 ‘혁신의 바다’에 한 번 빠져보자는 생각으로 혁신 확산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과기부의 ‘일하는 방식 개선’ 대토론회. 이 자리는 과기부 혁신에 대한 열정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과기부 전 직원이 참여한 토론회의 주제는 혁신에 대한 신선한 접근을 보여주는 ‘정시퇴근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였다. 늦게까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일을 많이 하고 잘 하는 것이라는 ‘낡은 사고’를 버리고 정해진 시간동안 최대한 집중해서 일하고 정시에 퇴근 후 남은 시간은 자기계발과 아이디어 발굴, 그리고 가정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 과기부의 혁신 방향이다. 오명 과학기술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간에 남아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 되레 불성실한 직원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지식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근간이 되는 지식기반사회인 점을 감안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는 과기부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정시 퇴근을 위해서 불필요한 형식과 관례적인 일들을 없애고 자연스런 정시퇴근 분위기 정착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원칙적으로 이메일 보고 등 전자보고를 원칙으로 하고 상급자가 요구하는 경우만 대면보고를 하자", "보고서의 내용보다 형식과 모양에 치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표준서식을 사용하자", "지시사항은 오전 중에 전달해 퇴근시간 전까지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하고 형광펜으로 보고서의 주요 부분을 표시해 보고서 재요약 관행을 버리자" 평소 업무 중에 느꼈던 비효율 개선책이 이어졌으며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의견들도 나왔다. 집중근무제를 도입해 오후 2~3시간 가량은 회의나 사적 전화, 인터넷 서핑, 흡연, 잡담 등 업무에 방해되는 모든 요소를 금지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생산성이 높은 아침 시간 대신 오후에 회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토론이 이어지면서 정시퇴근을 위한 분위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공감대 위에 ‘눈치보지 않는 문화’ 조성에 간부와 직원 모두 노력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출장시 결재를 위한 PDA 결재시스템의 도입과 수평 직급들간 회의 정례화, 전자문서고의 도입 등 구체적 방안들도 함께 제시됐다. 과기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방안들을 놓고 실현가능성 등을 검토한 후 선정된 과제에 대해서는 전 부처적으로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사실 이제껏 과기부는 다소 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과기부는 이제 다른 부처를 선도하는 적극적 혁신책들을 내놓고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과기부 한 직원은 “처음엔 혁신이라고 하면 겁부터 났는데 이제는 혁신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며 “내 주변에서부터 아주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일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야말로 성과로 연결되는 관건 아니겠느냐”고 되물으며 웃었다. 과기부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기대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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