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를 마친 하언태 부사장(오른쪽 첫 번째) 등 사측 교섭위원들이 노조 교섭위원들에 이어 걸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잠정 합의를 이뤄냈다. 노사는 한·일 경제전쟁을 의식, 자동차용 부품·소재 국산화에 매진해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부품 협력사와 상생한다는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공동 선언문’도 채택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였고, 집행부 성향도 강경파로 분류돼 왔다. 그런데도 노조가 파업 결정을 두 차례 유보한 끝에 무분규로 임단협에 합의한 것은 한·일 경제전쟁 국면에서 파업을 강행할 경우 불어닥칠 여론 역풍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부영 노조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시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등에 따라 한·일 경제전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리란 점도 잠정 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밝혔다.
자동차산업 발전 공동선언문 채택 역시 일본의 경제 보복을 감안한 조치다. “일본 수출규제 및 보호무역 확산에 따라 부품 협력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인식, 차량용 부품·소재산업 지원과 육성을 통해 부품·소재 국산화에 매진해 대외 의존도를 축소하는 등 상생협력을 지속 추진한다”는 게 선언문 핵심 내용이다. 현대차 노사는 935억 원 규모 대출자금을 협력사 운영과 연구·개발(R&D) 용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잠정합의안의 주요내용은 기본급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50% + 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200만~600만원 근속기간별 차등 지급·우리사주 15주) 등이다.
노사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동차 수요 감소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불확실성 확산 등 대내외 경영환경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 및 품질경쟁력 제고에 공동 노력한다는데 공감하고, 경영실적과 연계한 합리적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규모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