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아시아야구선수권에 출전했던 투수 배동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쉬움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말 한마디마다 신중함이 묻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영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0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9회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중국에 패해 4위에 그쳤다.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섰던 배동현(21·한일장신대)에게도 아쉬움만 남은 무대였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기였지만, 5.1이닝 2실점으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배동현을 포함한 선수단은 지난 21일 조용히 입국했다. 어떠한 환영식도, 주목도 없었다. 냉정한 평가만이 이어졌을 뿐이다. 이번 대회 조별예선 2승 1패, 슈퍼라운드에선 대만, 일본에 모두 패하며 고전했고,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 티켓마저 놓쳤다.
전력부족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이번 대표팀을 프로선수 없이 전원 아마야구 선수(대학 20명, 고교 4명)로 구성했다. 대회 전부터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랐고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출발은 호기로웠다. 협회는 아마선수들과 대학리그 활성화를 목표로 세계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지난 8월 28일 대표팀에 승선한 배동현은 2019 대학리그에서 맹활약하던 중 합류 소식을 접했다. 배동현은 지난해 리그 왕중왕전 우승팀 원광대와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14탈삼진 1실점 호투해 팀을 조 1위까지 올려놨다. 그는 “코치님 추천도 있었고, 협회 쪽에서 각종 기록 등을 바탕으로 선발했다. 학교가 어렵고 이름도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대표 발탁을 통해 학교를 알릴 시간이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대회 시작 전까지 분위기는 좋았다. 배동현은 “선수단 호흡은 잘 맞았다. 각팀 에이스들이었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회상했다. 대표팀은 건국대학교 야구장, 이천 LG챔피언스필드를 오가며 합숙 훈련에 임했다. 한국에서 10일, 대만에서 10일을 함께 하며 호흡을 맞췄다.
‘전력 부족’에 대한 부담감은 선수들이 항상 안고 있던 짐이었다. 어쩌면 세계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선수들이기에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사실 자체에 벅찼다. 가서도 똑같이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다치지 말고 뭐라도 해서 오자는 마음으로 갔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많이 아쉽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과 첫 경기 패배가 컸다. 애초에 선수단의 대회 큰 그림에 중국은 없었다. 배동현은 “이번 대회 경쟁국은 일본, 대만이라고만 생각했다. 중국전 부진은 정말 예상도 못했다. 이후 흐름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선수가 없었기에 이런 상황에 주눅들지 않으려 배로 애썼던 선수단이다. 그는 “아마추어 단일팀이라는 사명감이 있었다. 이런 구성원들로 큰 대회 출전이 처음이다 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감독,코치님들도 열심히 도와주셨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