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대표 예능인 ‘1박2일’(KBS2)이 돌아온다.
'1박2일'은 오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이는 지난 3월 출연자였던 가수 정준영이 '몰카 파문'과 또 다른 멤버인 김준호와 차태현의 '내기 골프' 의혹으로 제작을 중단한지 8개월 만이다.
2007년 첫 방송돼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1박2일은 KBS의 대표 효자 콘텐츠였다. 스타들이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난다는 얼개의 이 예능은 관광객을 몰고 다니며 공영방송으로서 지역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인기가 시들해질 때도 10%(닐슨코리아)를 웃도는 시청률을 내며 KBS를 10여년간 먹여 살렸다. 광고수익을 포함해 한해 약 400억원의 수익을 올렸던 1박2일은 최근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는 KBS에겐 오아시스 같은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런 '1박2일'이 제작 중단을 넘어 프로그램 폐지 이야기까지 나왔을 때 KBS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절치부심했다.
지난 10월 말 KBS는 ‘1박 2일’ 시즌4의 본격 제작 돌입 소식을 알렸다. 이후 새 시즌 출연자의 윤곽 역시 드러났다. 원년 멤버였던 김종민을 제외하고는 배우 연정훈, 김선호, 개그맨 문세윤, 래퍼 딘딘, 빅스 라비로 꾸려진 전혀 예상치 못한 라인업이었다.
방송시간대도 일요일 오후 6시30분에 자리를 정하면서 예능 편성표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원래 이 시간에 전파를 탔던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오후 9시로 이동해 SBS 간판 예능 ‘미운 우리 새끼’와 경쟁하게 됐다.
KBS가 1박2일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즌4 연출을 맡은 방글이 PD는 “출연진이 대폭 교체된 만큼 포맷에 변화를 주지 않아도 충분히 새로운 느낌이 들 것으로 생각했다”며 “여행과 사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익숙한 재미로 시선을 붙들면서 점진적으로 변화를 주겠다는 뜻이다. KBS 시청자위원회와 자문회의를 구성하는 등 출연자 검증 시스템도 마련했다.
다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찮다. 김종민을 뺀 멤버들 모두 예능에서만큼은 초심자에 가깝다. 출연자 간 호흡이 어떨지도 미지수다.
특히 시즌4를 맞아 완전히 새롭게 꾸려진 제작진의 적응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방 PD도 1박2일 제작 경험이 없는 데다, 시즌3를 이끌던 김성 PD가 최근 MBN 콘텐츠 자회사 스페이스 래빗으로 이적하면서 작가진도 함께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여년간의 데이터베이스 없이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상황인 만큼 프로그램 자체가 낯설게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 충성도가 워낙 커 얼마간의 인기를 얻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전성기 때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매력 등 본래 사랑받던 요소들을 살리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