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9일 임시국회 폐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 사유화 논란이 불거진 ‘벚꽃을 보는 모임(이하 벚꽃 모임)’ 사유화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의 운영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설 뜻을 밝혔다.
'벚꽃 모임'은 매년 봄 사회 각계 인사를 도쿄 ‘신주쿠 교엔’에 초청해 벚꽃 관람을 즐기는 정부 주관 행사다. 야권은 총리실이 각계 인사 대신 아베 총리의 지역구 주민을 집중적으로 초청해 세금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접대하는 사적 행사로 이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2015년에는 다단계 사업을 하다 도산해 많은 서민 투자자에게 피해를 안긴 야마구치 다카요시(山口隆祥) 전 저팬라이프 회장까지 초대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란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정부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일본 <티비에스>(TBS) 방송 계열의 뉴스네트워크 채널인 <제이엔엔>(JNN)은 아베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보다 5.2%포인트 하락한 49.1%로 나타났다고 9일 보도했다. <제이엔엔>은 지난 7~8일 전국 유권자 2324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지난해 10월 조사 방식을 바꾼 뒤 최저치이며 50% 밑으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벚꽃 모임에 자신의 지지자를 다수 초청한 것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67%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25%)을 크게 웃돌았다. 아베 총리가 초청자 명단을 파기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답이 72%였다. “납득할 수 있다”는 답변은 15%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2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로, 지난달에 견줘 6%포인트 하락했다.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아베 총리는 이날 “행사 초대자 기준이 애매했고 초대자 수도 계속 늘었다”며 “국민으로부터 여러 비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내년엔 개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야마구치 전 회장을 모르느냐’는 질문에는 “만난 적이 없다. 개인적 관계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7일 아사히신문은 “야마구치 전 회장이 1984년 당시 외상의 해외 일정에 동행했다. 당시 외상 비서관이었던 아베 총리도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총리의 거짓말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7월 참의원 선거 때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치인으로서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내 손으로 완수해 가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집권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 이전 반드시 전쟁이 가능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진 셈이다. 그가 중의원 해산 등을 통해 더 많은 개헌 지지 세력을 확보한 후 개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중의원 해산 시점을 묻자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가 오면 하겠다”고 답했다.
당초 아베 총리는 내년 7월 도쿄 올림픽 전까지 개헌을 단행할 뜻을 밝혔다. 이에 자민당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 개헌을 염두에 둔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야권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