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난 2년간 '종이 쿠폰'으로 임금을 지급한 한 용역업체 사업주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는 200명 가량으로 피해액은 3~4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천의 농장을 돌며 일하고 일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50대 베트남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해부터 일당을 쿠폰으로 받았다. 2017년 말부터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이 일을 시작한 A씨는 처음 한두 달 동안은 현금을 받았지만 2018년 들어서부터 갑자기 업체가 현금 대신 쿠폰을 지급한다고 방침을 바꾸면서다.
이 업체는 일손이 필요한 영천이나 구미 등지의 마늘·양파·고추·복숭아 농가에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파견시키고 보수를 챙기는 일을 한다. A씨는 공식적인 취직이 불가능한 초청비자(C-3)로 들어왔기 때문에 A씨와 같은 처지의 이주노동자도 받아주는 이 업체에서 일했다. A씨는 한국에서 결혼한 딸의 초청을 통해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농장에서 받은 보수에서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이주노동자에게 주는 게 농장 인력파견업체의 정상적 절차다. 하지만 이 업체는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줬다. 이 쿠폰은 B씨가 자체적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시중에선 쓸 수 없다.
A씨 부부는 지난해 1200만원치 쿠폰을 모은 뒤 이를 현금으로 바꾸려 했지만 바로 돈을 받을 수 없었다. 딸과 함께 지속적으로 업체 대표에서 항의한 끝에서야 이 돈을 수 차례 쪼개 겨우 다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받아야 할 1500여만원의 상당의 임금은 여전히 받지 못했다.
이주노동자 상담을 하는 시민단체인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이하 대경이주연대회의)’의 조사 결과 A씨와 비슷한 일을 겪은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모두 100여 명에 이른다.
대경이주연대회의는 지난 10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사업주를 임금체불로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주의 구속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은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노동을 주로 한다. 사업주 지불능력 문제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는 임금을 적게 줘도 된다는 인식 탓에 법은 지키지 않는 사업주가 많은데, 이 업체는 그중 가장 악질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