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의 신상을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온라인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 관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모(57)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구 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018년 9월부터 같은 해 10월 사이 배드파더스로 인해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지난해 5월 구 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재판부는 구 씨 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구 씨 측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14일 오전 9시 30분 시작된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장장 15시간 넘게 이어졌다. 쟁검은 배드파더스의 신상 공개가 명예훼손인지 아니면 아동 보호를 위한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였다.
검찰은 재판에서 구 씨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정보통신망법 제70조1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이트에 '무책임한 아빠(엄마)들'이라는 제목의 글에 담긴 이름과 사진, 양육비 미지급 사실, 거주지, 직장 등 정보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에 해당한다"며 "사인(私人)인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들에게 확인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변호단은 구 씨가 배드파더스를 운영한 사실 등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성립 여부 등에 대해선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비방할 목적도 없었고, 신상공개의 공익적 목적이 더 크다. 양육비는 단순한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를 처벌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이번에 처벌이 이뤄진다면 비난이 두려워 숨죽이고 있는 가해자들까지 피고인을 고소하려 나설 것"이라고 변론했다.
구 씨는 "한국에는 양육비 피해아동이 100만이나 된다"며 "아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양 측의 주장을 청취한 배심원 7명(예비 배심원 1명 제외)은 배드파더스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고, 문제 해결 방안이 강구되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