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다만 WHO는 발원지인 중국으로부터의 이동과 교역을 제한하는 것을 권고하지는 않았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자문 기구인 긴급 위원회 회의 이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이같이 밝혔다. WHO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WHO는 2000년대 초반 중국 홍콩 등 아시아를 흔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조류 독감(H5N1) 등에 대응하기 위해 PHEIC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위험과 관광업 등 산업에 미치는 타격 등을 감안해 제한적으로 PHEIC를 선포해 왔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병원체의 출현을 목격했고, 그것은 전례가 없는 발병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의 주된 이유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라며 "이번 선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사람간 전염이 늘고 있는 것도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배경으로 꼽힌다. WHO에 따르면 이날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람간 전염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따라 독일 일본 베트남 미국 등 모두 4개국에서 8건의 사람간 전염 사례가 나왔다고 WHO는 전했다. 그러나 이는 우한폐렴 확진자가 한국에서 접촉해 사람간 전염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된 사례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PHEIC 선포로 국제사회는 WHO의 주도 아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상대로 한 총력전 태세에 들어가게 됐다.
우선 국제적인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공중보건 조치가 강화되고, 자금 및 의료진과 장비 등의 지원도 확대된다. 또한 발원지인 중국과 감염 확산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도 진행된다. WHO는 아울러 각 나라에 발병과 관련한 투명한 정보 제공과 감염 환자들의 격리를 요구할 수 있다.
WHO는 지난 22일과 23일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 PHEIC 선포를 논의했지만 의견이 갈려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중국은 비상상황이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우한 폐렴 환자수가 중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크게 늘어나자 WHO는 긴급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에서만 우한 폐렴 확진 환자는 31일 새벽 3시 기준 8169명으로 작년말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한달여만에 확진 환자는 8235명, 사망자는 171명을 기록했다. 의심환자도 1만명을 넘고 있어 이후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