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 중인 축구스타 손흥민(토트넘 핫스퍼)도 이 인종차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25라운데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1대0으로 앞선 후반 26분 골을 넣었다.
이날 경기 승리의 주역이었던 손흥민은 현지 스포츠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다. 경기 직후 진행된 인터뷰였기에 손흥민은 땀을 흘리고 있었고, 두 차례 작게 기침을 했다.
이 영상이 나가기 무섭게 손흥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는 외국 축구팬들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손흥민이 방금 기침한 건가?" "토트넘 선수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등 손흥민의 기침과 신종 코로나를 연결짓는 듯한 댓글이 주를 이뤘다.
한국 네티즌들은 이들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손흥민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염자 취급을 할 수 없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농담거리로 삼을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손흥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기간 동안 영국에 머물러 있어 감염 위험을 논하기도 적절하지 않다.
한 네티즌은 "그들은 손흥민 기침으로 농담을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죽어 가고 있다. 이것이 다른 유형의 인종차별임을 알아야 한다. 페스트가 발생했을 때, 아시아인들이 킥킥 웃어도 괜찮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손흥민이 신종코로나 사태로 저격을 당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이슈 브리핑 업체 '더 스펙테이터 인덱스'(The Spectator Index)가 '한국에서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는 내용의 속보를 알리자 그 밑으로 한 네티즌이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의 단체 사진을 게시했다.
본래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이었지만 손흥민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 얼굴에 마스크를 합성해 손흥민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인 것처럼 에둘러 묘사했다.
손흥민은 성공한 아시아 축구선수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프리미어리그 진출부터 지속적인 인종차별에 시달려왔다. 토트넘과 다른 팀의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손흥민을 겨냥해 인종차별 행위를 하는 관중들이 속출했다.
토트넘의 단속·적발에도 이런 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영국은 지난해 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PFA) 등 관련 단체와 협력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