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 삼성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직접 국민 앞에 고개 숙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해온 '대국민 사과문'을 10분 간 낭독했다. 이날 대국민 사과는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의 ‘경영권 승계와 노동 관련 위법행위 사과’ 권고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녀들에게 경영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삼성 내에서 '무노조 경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분명하게 약속드리겠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문제에 대해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준법감시위원회가 반성과 사과를 주문했던 ‘과거 위법행위’ 관련해선 행위 유무나 인정 여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이 부회장은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발언을 마치고 머리를 숙인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기자회견장에는 기자 100여명이 자리했지만 현장에서 질문을 전혀 받지 않았다.
한편,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메르스가 삼성의료원을 중심으로 확산된 것에 대해 경영인으로서 고개를 숙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