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에 이어 이번에는 경쟁사 비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댓글부대'를 동원해 경쟁사를 비방하는 인터넷 게시물과 댓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한 혐의로 홍원식(70)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을 명예훼손과 업무 방해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양유업 측은 지난해 상반기 회원 280만명이 가입한 맘 카페 등에 "매일유업 유기농 우유 성분이 의심된다"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우유가 생산된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 등 매일유업 제품을 비방하는 글과 댓글을 수차례 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에 낙농가와 대리점 측은 매일유업에 "이상한 글이 계속 올라와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고, 매일유업은 작년 4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해당 글 작성자의 인터넷 주소를 추적, 남양유업과 계약한 부산의 한 홍보 대행사를 지목했다. 이 홍보 대행사와 남양유업 본사를 압수 수색하자, 홍보 대행사가 아이디 50개를 이용해 비방 글 70여 건을 조직적으로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남양유업이 해당 홍보 대행사에 대금을 지급한 것도 확인됐다.
남양유업의 경쟁사 비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남양유업 직원 6명이 맘카페 등에 ‘매일유업이 이유식에 사료용 재료를 넣었다’는 등의 비방글을 올린 게 밝혀지면서 매일유업과 맞고소전을 벌였다. 2013년에는 남양유업의 한 판촉원이 매일유업 분유 소비자에게 “매일유업 분유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며 해당 제품을 남양유업의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고 권유한 일도 있었다.
또, 매일유업은 해당 판촉원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동서식품을 겨냥해 ‘카제인나트륨’ 성분이 유해 성분인 것처럼 광고해 논란을 빚었다.
남양유업은 이날 홈페이지에 '사실관계를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는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당사자는 1년여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왔다. 심려 끼친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크게 보면 사과문이지만, 본사는 모르는 일이라는 내용이다. 남양유업 관계자와 홍보대행사가 협의해 비방글 및 댓글을 적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벌인 일이라는 것.
이에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이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남양유업 말대로 원전 주변이라 영향을 받았다면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며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