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남기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제베두 총장은 이날 오후 비공식으로 진행된 회원국 대표단과의 화상 회의에서 올해 8월 31일 자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본래 임기 만료일은 내년 8월 말이다.
아제베두 총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와 무릎 수술로 평소보다 생각할 많은 시간을 갖게 됐다면서 "가족과 상의한 끝에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과 관련이 없다. 또한 어떠한 정치적 기회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WTO가 해야 할 과제로 내부 개혁과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세계 경제 회복을 꼽았다.
아제베두 총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협상도 없고 모든 것이 멈췄다"고 털어 놓으면서 "신임 사무총장이 WTO에 절실히 필요한 힘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WT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견제로 분쟁 해결 절차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상태다. 거기에 더불어 코로나19 판데믹 사태까지 겹치며 올해 세계 무역이 30% 넘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세계 무역 질서를 관장했던 WTO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에 그는 내년 6월 혹은 연말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각료회의(MC12)에서 이 같은 과제가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기 사무총장 선거도 차질없이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브라질 출신인 아제베두 총장은 2013년 9월 WTO의 6번째 사무총장에 오른 뒤 2017년부터 현재까지 2번째 임기 중이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중도 사임하면서 잔여 임기는 4명의 사무차장 중 한 명이 임시로 대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아제베두 총장의 갑작스러운 중도 사임 발표에 트럼프 대통령은 "WTO는 끔찍하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아주 나쁜 대우를 받았다"면서 "WTO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 얻지 못하는 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한 뒤 불공정 무역 행위를 일삼았지만 WTO가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