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인 최숙현(23) 선수가 전 소속팀의 가혹 행위를 신고한 뒤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동안 당해온 가혹행위의 증거들도 공개되며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이들에 대한 강한 처벌을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가 지난 4월 8일 최숙현 선수로부터 폭력 신고를 접수했고 피해자 연령과 성별을 감안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은 경주경찰서의 조사가 마무리돼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 송치됐다. 지난달 1일 대구지검으로 사건이 이첩돼 현재는 대구지검에서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는 트라이애슬론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를 지냈으며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채 부산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는 생전에 "훈련 중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수차례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며 전 소속 팀(경주시청) 관계자들을 고소했지만, 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등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최씨가 사망 전 수년간 모아온 가혹행위의 증거가 언론에 공개되며 여론은 들끌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관계자가 최씨에게 “운동을 두 탕을 하고 밥을 한 끼도 안 먹고 왔는데 쪄 있잖아”라고 최씨를 몰아세웠다. 이에 최씨가 “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라고 설명하자 이 관계자는 “네 탓이잖아? 3일 굶자! 오케이? 잘못했을 때 굶고 책임지기로 했잖아? 이리 와, 이빨 깨물어!(찰싹) 야! 커튼 쳐. 내일부터 너 꿍한 표정 보인다 하면 넌 가만 안 둔다, 알았어?”라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정황이 담겼다.
또 훈련일지에는 '비 오는 날 먼지나게 맞았다', '체중 다 뺐는데도 욕은 여전하다', '하루하루 눈물만 흘린다'고 적었다. 또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체육회는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 오는 9일로 예정된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조치를 취겠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건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나 은폐 의혹에 대해 클린스포츠센터 및 경북체육회 등 관계기관의 감사 및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자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 회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최숙현 선수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스포츠 공정위 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이런 일이 우리 종목에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현재 자체 조사를 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가혹행위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한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도 이날 서울시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그 누구도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공개했다. 최씨는 모바일 메신저에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썼다.
유족은 ‘그 사람들’을 전 소속팀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들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