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일대에서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잇따라 발견되며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4일 인천 서구 지역 한 맘카페에는 수도꼭지에 설치된 필터에서 벌레가 발견됐다는 게시글과 함께 동영상과 사진 등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수도꼭지에 설치한 필터에 걸러진 유충이 기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인천시에는 "수돗물에 유충이 보인다"는 민원이 20여건 제기됐다.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류의 일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깔따구 유충은 4급수 같은 썩은 물에서도 살 수 있어 수질오염 지표종이기도 하다.
인천시 측은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활성탄 여과지는 물 속에서 냄새나는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수돗물에서 벌레가 발견됨에 따라 인천시는 수돗물 유충 신고가 접수된 서구 왕길동과 당하동, 원당동 등 3만6000세대에 대해서는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시교육청도 왕길동·당하동·원당동·검암동·마전동 등 5개 동에 있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39곳의 급식을 14일부터 중단했다.
시교육청은 이들 학교에서 급식과 수돗물 음용을 모두 중단하고, 대체 급식 등을 하도록 했다.
한편, 인천시에서는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이 발생해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당시 붉은 수돗물은 수계 전환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을 무리하게 높이다가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각 가정에 흘러든 것으로 확인됐다.
붉은 수돗물에 이어 버레까지 발견되자 주민들은 "수돗물 사용을 중단하고 생수를 쓰고 있다"라거나 "정수기 사용도 중단했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