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최대 규모의 난민수용시설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난민 1만2000명 이상이 머물 곳을 잃었다. 그리스 정부는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8일) 밤 그리스 남동부 레스보스섬에 위치한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불이 나 캠프에 있던 난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부상자나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대 시속 70km의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진 불은 캠프 시설 대부분이 전소시킨 뒤에야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인해 1만 2600명의 난민이 갈 곳을 잃게 됐다. 당초 모리아 캠프는 최대 수용 인원 2757명이었으나 화재 당시에는 이에 4배가 넘는 인원이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성인보호자가 없는 어린이 407명을 비롯해 4000명 이상의 아동이 이 캠프에 머물렀다.
한편, 그리스 당국은 일부 난민의 방화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정부가 캠프에서 소말리아 출신 난민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난민들이 소요한 직후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화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점, 난민들이 진화를 방해했다는 점 등이 방화설을 뒷받침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캠프 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며 "난민들이 화재를 진화하려는 소방관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레스보스섬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난민들이 레스보스섬을 떠나 그리스 본토로 보내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는 "모리아 난민캠프의 열악함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보건 문제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폭력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어떤 관용도 베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 제한과 지역 봉쇄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이를 이해하고 따라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 캠프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던 난민 35명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이며, 일각에선 이들이 수용소 외부로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난민들을 페리와 해군 한점 등에 나눠 임시 수용하고, 보호자가 없는 아동이나 청소년은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본토로 이송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