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반발해 의료계가 집단 휴진을 한 바 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 산하기관인 의료정책연구소가 SNS에 '어느 의사에게 진단을 받겠느냐'라며 '매년 전교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성적은 한참 모자르지만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등의 내용이 들어간 게시물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해당 게시물에는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공공의대가 아닌 좋은 성적으로 일반 의대에서 공부한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내용이 내포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약과 왜곡으로 점철되고 엘리트주의를 그대로 드러낸, 수준 미달의 콘텐츠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게시물을 SNS에 올리면서 공공의대 출신 의사에게 진단 받는 건 위험하다 주장하는 의료계에서 정작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전국보건의료산업 노종조합과 함께 전국 233명 간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료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 10명 중 8명이 진단검사부터 처방과 수술까지, 광범위한 의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진단검사 분야는 ‘Wound swab(상처를 면봉으로 검사), blood culture(혈액배양검사) 등’의 업무를 일반간호사 70.9%, PA간호사는 수술실은 100%. 흉부외과는 82.3%가 의사를 대신해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폐렴, 욕창 관리 등 환자상태 평가 및 관리는 일반간호사 80.6%가 수행하고 있는데 특히 외과계는 무려 90.3%에 달했다.
처방 분야는 ‘구두 처방, 대리 입력’이 특히 일반간호사에게 업무가 전가 되는 경우가 높은데 외과계는 82.2%라고 응답했다.
PA 간호사는 모든 처방 분야에서 전체적으로 수행 비율이 높게 나오고 있는데,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정규처방과 각종 검사, 처치, 시술 처방 업무는 100%를 수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술 및 처치 분야는 일반간호사의 경우 ‘일반상처 드레싱’이 83.6%, ‘각종 배액관 관리((Drain, Tube 드레싱 및 관리) 73.6%라고 응답했으며, 특히 외과계 일반간호사의 ‘일반 상처 드레싱’(88.7%)과 ‘각종 배액관 관리’(80.6%) 업무의 수행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
PA간호사는 수술과 관련된 업무 수행에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데 수술보조 업무는 산부인과, 수술실, 중환자실에서는 100%. 수술 후 처치는 다수의 과에서 75% 이상이었다.
또한 PA간호사의 경우 일반 상처 드레싱 수행율이 90% 이상인 과가 대부분이었고 정형외과, 신경외과, 수술실은 100%에 달했다.
각종 배액관 관리, 관 삽입 및 제거 등의 업무 수행 비율도 다수 80%이상으로 높게 나왔는데, 신경외과 및 수술실은 100%였다.
동맥에서의 혈액 채취(흉부외과 50%), 흉막강에 약물을 주입하여 흉막을 유착시키는 흉막 유착술(흉부외과 25.1%, 일반외과 23.8%)과 같은 고도의 정밀한 업무도 PA간호사가 수행했다.
동의서 분야는 ‘검사, 시술, 수술 동의서 설명 및 작성’은 46.4%가 수행했고, 신경외과와 흉부외과 PA간호사의 경우 모든 기록 작성 업무 수행률이 60%이상 이었다.
협진, 검사 의뢰서 및 의뢰과에 환자를 설명하는 업무도 신경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에서 60%이상 90%까지 높게 나타났다.
의료현장인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의사업무를 전가시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사 수 부족’이 41.6%로 가장 높았고, ‘비용 절감’이 16.3%, ‘대체 가능한 업무’ 15.9% 순이었다. 기타 답변 중 ‘당연시 되고 있는 업무’, ‘(의사가) 귀찮은 업무’라는 답변도 있었다.
의사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로서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책임소재 불분명’이 42.5%로 가장 높았고, ‘업무과다’ 22.3%, ‘불명확한 업무지시’ 9.9%, ‘업무매뉴얼 부재’ 6.4%가 그 뒤를 이었다.
정춘숙 의원은 “의료현장에서 간호사가 의사업무를 수행하는 불법 행위가 만연하다는 사실이 첫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의사인력 확충, 전공의 기피과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의 대책과 PA(전담간호사)의 법적인 근거 마련과 함께 업무 구분 명확화와 처우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작년 10월부터 시행됐는데, 종합계획과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가 아직도 구성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전문지원기관 설립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력문제 해결을 해야 하지만, 내년 예산안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