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지금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국면인 이때 방한한 이유를 두고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뜻을 품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었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과 회담 후 ‘한국 정부·여권에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압박하는 데 동참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려는 것인가’란 취재진 물음에 “외교가 그리 간단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세계에 190여개의 나라가 있고 모두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나라다. 중·한은 가까운 이웃으로 친척처럼 자주 오가야 한다”며 “중·한은 방역·경제·지역 안정·한반도 문제 협력,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왕 국무위원은 지나치게 미국 관점에서 보지 말라는 뜻으로 이같은 발언을 했지만, 이번 방한에 내년 1월 출범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 일본과의 동맹 복원을 통해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을 염두에 두고 한중 협력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한국이 미국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는 것은 명확하다.
한편, 왕 국무위원은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 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선 “지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나. 중요한 건 (코로나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연내 방한은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