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이란이 한국 국적 유조선을 억류한 것과 관련해 제재 완화를 위한 시도라고 분석하면서 즉시 억류해제를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란에 유조선을 즉각 억류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또 이란이 걸프만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대이란 제재 완화를 강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날 오전 10시께 이란 혁명수비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가던 한국 국적의 석유화학 제품 운반선 ‘MT 한국 케미(Hankuk Chemi)’호를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나포했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선박 나포 사실을 확인한 뒤 "이 조치는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케미의 선사인 디엠쉽핑은 “환영 오염은 전혀 없었다”면서 반박했다.
이 선박은 이란 당국의 지시에 의해 이란 남부 항구 도시 반다르아바스로 이동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선박 억류 해제를 요구하는 한편 오만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긴급 출동시켰다. 한국 케미호에는 선장을 비롯한 한국 선원 5명,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20명이 타고 있었다.
한국 케미호가 나포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는 지역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고, 2019년에도 영국 국적 유조선을 나포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걸프 해역에 주둔하다 본토 복귀 명령을 내렸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해당 해역에 계속 머무르게 했다.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부 장관 대행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향한 이란의 위협으로 인해 니미츠호의 일상적인 이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면서 “니미츠호는 중부사령부 작전 지역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니미츠호 본토 복귀 명령을 공개한지 사흘 만에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초 미군 공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1주기를 맞아 이란이 보복을 다짐하는 반미 시위가 벌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