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역에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의 석방을 촉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베리아 야쿠츠크 등 일부 지역에서 영하 50도의 혹한이 엄습했음에도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봉기했다. 시위대는 30, 3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수도 모스크바 푸슈킨광장을 비롯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노보시비르스크, 야쿠츠크 등 60여 개 주요 도시에서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며 “러시아는 자유를 원한다. 나발니의 석방이 그 시작” “나는 두렵지 않다” 등을 외쳤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보기관의 독극물 테러를 이겨내고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으며, 독일에서 5개월간 치료받고 지난 17일 모스크바로 귀국하자마자 체포됐다.
러시아 당국은 코로나 확산 위험을 들어 모든 지역 집회를 불허하고 참가자들을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시위 물결을 막지 못했다. 나발니가 갇혀 있는 모스크바의 ‘마트로스카야 티쉬나 교도소’ 앞에서도 수백 명이 행진하며 나발니를 응원하다가 경찰에 끌려갔다.
이같은 시위 열기는 지난 19일 나발니의 동료가 푸틴의 11억유로(약 1조470억원)짜리 호화 별장, 혼외자 의혹을 잇따라 폭로하며 민심이 악화되며 강해졌다.
또한 푸틴이 장기 집권을 위해 지난해 7월 러시아 정부는 2024년까지가 임기인 푸틴이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도록 개헌을 했고, 한 달 후인 8월 나발니를 독극물로 제거하려고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한편, 서방 국가들도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나발니는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했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시위에서) 연행된 모든 사람들을 석방할 것을 러시아 당국에 촉구한다”고 했다.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예정이다. 나발니 측은 다음 주말인 30~3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