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살해 위협을 받던 50대 여성이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의 늑장 출동으로 결국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신고자의 자녀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해당 경찰을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건현장에 늦게도착해 저희부모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경찰관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제도의 개편을 요구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며칠 전 저희 어머니께서 50대 남성에게 다발적 자상을 입고 사망하신 사건이 있었다"며 "처음엔 저희 어머니를 죽인 그 아저씨에게만 화가났었는데 나중에 발표된 뉴스를 보니 경찰이 사건현장에 늦게 도착해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코드제로'라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은지 10분이 지났음에도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사건현장을 지나쳐 갔고 신고가 접수된지 40분이나 지난 상황에서도 뒷짐을 지고 아직도 사건현장을 찾고있었다"며 "결국 10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사건 발생 후 50분이 지난 뒤에나 저희 어머니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어머니의 신고시간은 오전 12시49분, 경찰이 사건현장을 지나친 시간은 오전 12시55분, 사망 추정 시간은 오전 1시다.
청원인은 "만약 경찰이 자신의 직무를 더 성실하게 임하여 사건현장에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면 저희 어머니가 이렇게 돌아가시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렇게 늦었음에도 저와 제 동생에게 이런 사실은 알리지 않고 저희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이어 "저희에게 아무런 사과도 없이 고작 뉴스에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코드제로가 발동된 상황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뒷짐을 지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은 부적절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라는 구절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경찰이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일어난 사망 사건에 그 당시 사건현장에서 뒷짐을 지고, 또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다니시던 경찰들에 대한 처벌과 사과 앞으로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1시쯤 경기 광명시 주택가에서 A씨(50대·여)가 "흉기로 위협받고 있다. 살려달라"며 112에 신고했다. A씨는 범인 B씨(50대·남)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잠시 집 밖으로 나간 사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 출동 명령 중 가장 긴급한 단계인 '코드제로'를 발동한 뒤 10여분 만에 신고 장소 앞에 도착했으나 정확한 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해 수십 분간 주변을 배회했다. CCTV에는 경찰관들이 주머니에 손을 꽂거나 뒷짐을 진 채 범행 장소 앞을 천천히 걸어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경찰은 신고 접수 50분 만에 B씨를 검거했지만, A씨는 이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상태였다. B씨는 "말다툼하다가 화가 나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한편, 이같은 경찰의 허술, 늦장 대응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도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고, 김포시에서 경비노동자를 폭행한 중국 국적 입주민을 체포하지 않고 가까운 거리 호텔에 데려다 준 경찰관도 불문에 붙여지는 등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