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 인물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했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마취과 전문의인 A씨는 2016년 4월 평소 알고 지내던 제약회사 직원 B씨에게 가상 인물 명의로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전을 수차례 발급해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의료법에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해 환자등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된 부분을 들어 A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A씨의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했지만 ‘가상 인물 명의의 처방전 발급’에 대해서는 처벌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처방전과 관련해 의료법에서 처벌하는 행위가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전을 작성하는 행위’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처방전에 기재된 환자가 실제 존재하지 않은 경우 처벌 조항이 없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의료법 원칙상 처방전의 작성 상대방(진찰 대상자)과 교부 상대방이 동일해야 한다”며 “처방전 발급 및 교부의 전제가 되는 진찰행위 자체가 없었던 이상, 처방전에 기재된 환자가 허무인이라고 하여 달리 평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A씨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