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제3신도시 예정 토지 '땅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직원들의 적반하장 식 반응이 드러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쓴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정부의 진상조사를 우롱하듯 “어차피 한 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이라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썼다.
이어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며 “(국민들이) 아무리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편하게 다닐 거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러우면 LH로 이직하든가”라며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한다”고 조롱했다.
지난 8일 ‘블라인드’에는 경남 진주의 LH 본사 홍보관·토지주택박물관 앞에서 투기 의혹 관련 시위하는 시민들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층수 높아서 안 들려. 개꿀~”이라는 글을 남겼다.
LH가 임직원 이름으로 대국민 사과문은 발표한 지난 4일에도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 “투기 의혹이 제기된 땅은 누가 개발해도 개발될 곳이었다”는 등 항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러한 글이 올라온 ‘블라인드’는 해당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만 글을 쓸 수 있다. 따라서 글쓴이의 실명은 알 수 없지만 소속 기관은 확인할 수 있다.
LH 직원들의 속내에 그들의 사과도 전정성이 빛을 바랬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그동안 얼마나 뿌리 깊은 관행으로 자리 잡았으면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나”, “썩을 대로 썩었다”, “블라인드 글이 평소 LH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또 LH 직원들의 ‘블라인드’ 글이 잇따라 문제가 되자 “LH는 진상 조사보다 직원들에게 블라인드 활동부터 못 하게 해라”, “블라인드 글쓴이 단속하면 투기꾼도 잡히겠네”라는 등의 반응도 나타났다.
한편 이날 오전 경찰은 LH 본사와 투기 의혹을 받는 13명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전수조사를 거부한 공무원와 임직원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