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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학계·시민단체, '램지어 위안부 논문' 비판 성명 발표
  • 유성용
  • 등록 2021-03-11 10: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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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연합뉴스TV 캡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폄하한 논문을 써 전세계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일본 학계마저도 외면했다.


위안부 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10일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판에 게재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을 비판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에서 나온 첫 비판 성명이다.


이들 단체는 '새롭게 위장된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을 비판하는 일본의 연구자·활동가' 명의로 내놓은 성명에서는 지난해 12월 램지어 교수가 쓴 논문 '태평양전쟁에서의 성행위 계약'이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 판에 게재된 데 대해 "논문이 전문가의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공창제도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며 "공창제도와는 달리 위안소는 일본군이 직접 지시·명령하여 설치·관리했고 위안부도 일본군이 직접 또는 지시·명령에 의해서 징모(徴募)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창기(娼妓)나 예기(芸妓)·작부(酌婦)였던 여성들이 위안부로 된 사례는, 주로 일본인의 경우는 일부 발견된 사례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공창제도와는 관계없이 계약서도 없는 상태로 사기·폭력·인신매매의 형태로 위안부로 강제됐다는 점은 이미 방대한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다"고 꼬집었다.


성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램지어는 일본군의 주체적인 관여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료(史料)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램지어가 자신의 논문의 필수적 논거로 삼아야 하는 업자-조선인 간 계약서를 1점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이어 일본의 공창제도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이해에 큰 문제가 있다며 공창제하에서도 예창기(藝娼技) 계약은 실제로는 인신매매이고, 폐업의 자유가 없었다는 점도 이미 많은 선행연구와 사료가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는 문헌을 자의적으로 사용하면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창기 등이 자유로운 계약의 주체인 것처럼 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여성의 인권이나 여성을 속박하던 가부장제 권력에 대한 관점이 결여된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또 일본군 위안부 제도와 공창제도가 성노예제였다는 연구가 이미 많이 축적돼 있음에도 램지어 논문에선 이런 연구 성과가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램지어 논문은 위안부에 대해 "일본 국가의 책임을 완전히 면제하고, 말단업자와 당사자 여성의 양자 관계만으로 설명하고 있다"면서 "한 연구자의 저술 차원을 넘어 일본의 가해책임을 부정하고 싶어 안달하는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라는 등의 말은 일본이나 한국 등에서 위안부 피해 부정론자들이 반복적으로 주장해 온 것으로, 이를 새롭게 포장한 램지어 논문 내용에 대한 비판을 '반일'이라고 공격하는 등 혐한이나 배외주의에 뿌리 깊은 움직임이 일본사회에서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램지어 논문을 신뢰할 수 있는 사독(査讀·동료 연구자들의 평가)에 기반해 재심사를 진행한 뒤 게재를 철회할 것을 IRLE에 촉구했다. 일본에서 확산하는 위안부 실체 부정론에 대해선 사실과 역사적 정의에 근거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위안부 실체를 부정하는 주장이 일본, 한국, 북미 등 국경을 넘어서 일고 있는 점을 고려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연대를 통해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성명 작성에 동참한 '파이트 포 저스티스' 등 일본 시민·학술 단체들은 오는 14일 램지어 논문의 문제점을 정밀 분석하고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여는 등 위안부 실체를 왜곡하는 일련의 흐름에 맞서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세미나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조예가 깊은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일본 주오(中央)대 명예교수, 차타니 사야카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오노자와 아카네 릿쿄대 교수, 후지나가 다케시(藤永壯) 오사카산업대 교수,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도시샤(同志社)대 교수, 요네야마 리사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김부자 도쿄외국어대 교수, 가토 게이키 히토쓰바시(一橋)대 준교수, 오카모토 유카 '파이트 포 저스티스' 집행위원 등이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여해 램지어 논문의 문제점을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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