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1995년 인터뷰'가 BBC방송 직원에게 속아 진행한 사기 인터뷰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디언과 AP통신에 따르면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20일(현지시간) 각기 성명을 내고 BBC를 비판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기만적인 인터뷰 방식이 어머니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해당 인터뷰는 부모님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를 아프게 해왔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BBC의 잘못이 어머니의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상당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알아 형언할 수 없이 슬프다"면서 "BBC가 제대로 조사했다면 어머니도 자신이 속았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슬프다"고 밝혔다.
윌리엄 왕세손은 "가짜뉴스의 시대로 공영방송과 자유언론이 지금보다 중요한 적이 없었다"라면서 "(BBC의) 잘못은 내 어머니와 가족뿐 아니라 대중도 실망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1995년 인터뷰'는 BBC '파노라마'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다이애나빈의 인터뷰다. 당시 다이애니빈은 '우리의 결혼 생활을 세 명이서 한 것이었다'며 남편 찰스 왕세자와 커밀라 파커 볼스(현 찰스 왕세자 부인)의 불륜관계를 폭로했다.
그런데 최근 해당 인터뷰가 성사되는 과정에서 사기 행각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BBC가 지난해 대법관을 지낸 존 다이슨 경에게 독립적인 조사를 의뢰했다.
다이슨 경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BBC 직원 마틴 바시르가 다이애나빈 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에게 위조된 은행서류를 제시하며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빈 정보를 흘렸다고 말하는 등 거짓말로 인터뷰를 주선하도록 만들었다는 스펜서 백작의 주장을 인정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분노한 것이다.
해리 왕자는 형 윌리엄 왕세손보다 강한 어조로 BBC를 비판했다.
그는 "악용의 악습과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가 결국 어머니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며 "이러한 관행이 더 심해져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어머니가 (비윤리적 관행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만 바뀐 것이 없다"며 "우리는 어머니의 유산을 보호함으로써 모두를 지키고 어머니의 삶과 함께한 존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 분께는 감사하다"면서 "이는 정의와 진실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BBC는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건 없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