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스타북스, ‘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 출간
  • 김태구
  • 등록 2021-06-08 09:20:29

기사수정


▲ [이미지제공 = 스타북스]


송일준 PD가 책을 냈다. 전문서를 번역하고 일본 방송을 소개하는 책을 낸 적은 있지만, 여행기로서는 처음이다.


광주MBC 사장을 퇴임한 며칠 후 전격적으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단행했다. 37년간 방송 생활을 하며 마음 편히 쉬거나 놀아본 적이 없었다. 일에서 해방돼 처음으로 갖게 된 여유,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기념의 의미도 있었다.


1984년 MBC에 교양 PD로 입사한 후 비교적 평탄한 길을 순조롭게 걸었다. 승승장구까지는 아니지만 평사원으로 국제협력팀장을 맡았고 신설된 도쿄PD특파원으로 일본 구석구석 다양한 이슈들을 취재했다. 초창기 PD수첩에 배속돼 취재피디에 이어 책임피디와 진행자를 맡았다. 피디로서 흔치 않게 높은 전달력과 유려한 진행 솜씨로 인기를 끌면서 PD수첩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방송 생활 37년은 마지막이 파란만장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전격 발표한 미국 쇠고기 무제한 수입 결정을 비판한 PD수첩을 방송한 후 오랜 시간 고초를 겪었다.


모든 소송에서 완벽하게 승리했지만, 방송 PD로 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고난을 겪었다. 늦은 나이에 후배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MBC PD협회장에 이어 한국PD연합회장이 돼 언론자유 회복 투쟁의 일선에서 싸웠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극적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퇴직 때까지 계속 탄압받고 유배생활만 하다 방송사를 떠날 뻔했다.


2017년 MBC 사장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2018년 고향 근처 지역공영방송사인 광주MBC 대표가 됐다.


3년의 재임 기간 동안, 바닥으로 추락했던 뉴스의 시청률을 크게 높이고 공익적인 프로그램들을 제작해 지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았다. 지역성과 보편성을 겸비한 고품질의 다큐멘터리 핑크피쉬 11부작으로 방송계의 수많은 상을 휩쓸었고 좋은 프로그램들을 기획 제작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지자체들과 협력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문화사업을 추진해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나주정미소의 허름한 창고를 콘서트홀로 리모델링한 난장곡간,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입구에 세운 광주MBC라디오 오픈스튜디오, 담양 원도심의 LP뮤지엄 건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2021년 3월 중순 광주MBC 사장·대표이사직을 퇴임했다. 며칠 후 전격 단행한 제주도 한 달 살기 기간 동안 매일 여러 군데를 다니며 체험한 것을 매일 밤 혹은 이른 새벽 페북에 적었다. 뭘 보고 뭘 먹었는지 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들어가 제주도의 인문지리에 관해서도 썼다. ‘ㅇㅇㅇ 한 달 살기’류의 책들은 많지만 재미와 함께 알찬 내용을 겸비한 책이 드문 현실에서 저자의 책이 도드라지는 까닭이다.


가령, 김정희 유배기념관을 방문한 날의 글이라든가 나주에서 건너온 뱀이 제주도의 신이 된 이야기라든가, 4.3 평화기념관 방문기라든가 제주에 정착한 사람들의 사연이라든가.


오랜 방송생활에서 익힌 습관대로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쓴 저자의 글은 술술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고 정보가 빈약한 것도 아닌데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읽기가 순식간에 끝난다. 읽고 나면 배우는 내용이 가득한데도 그렇다.


화면에 비치는 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송일준 PD의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 글과 함께 화가 이민이 판타블로 기법으로 그린 유화와 스케치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 어떤 이유로든 여유가 생겨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꿈꾸는 사람들, 그냥 며칠이라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평생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며 고발 프로그램 PD로 살아온 저자가 익숙한 세계의 글과는 전혀 다른 여행기를 썼다. 새 책을 펴내고 홍보할 때 다들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책이라고 선전하지만 실제 그런 책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송일준PD 제주도 한 달 살기’는 바로 그런 책이다. 읽는 동안 미소를 짓고,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알찬 뭔가가 남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울산교육청, 나눔과 대화로 수업 성장 해법 찾는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12일 다산홀에서 중고등학교 교원과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2025 수업 성장 나눔 대화의 날’을 열었다.      이 행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안착과 학생 참여 중심 수업 문화를 확산하고자 마련한 실천적 장으로, 현장 교원들이 수업 사례와 고민을 나누며 함께 ...
  2. 울산 화평교회,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에 추석맞아 이웃사랑 나눔 실천 100만원 후원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화평교회(담임목사 장지훈)는 9월 12일 금요일 10시에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관장 한영섭)을 방문하여 추석 명절을 맞아 지역 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후원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후원은 홀몸어르신, 저소득가정 등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더불어 살아가...
  3. 인공지능·디지털 연수로 학교 행정 효율 높인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9일부터 12일까지 남구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서 교육행정직과 교육공무직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디지털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실무 연수로 학교 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현장 행정 서비스의...
  4. 울산시, 하절기 이야기(스토리) 야시장 성료 [뉴스21일간=김태인 ]  지난 7월 18일부터 지난 9월 13일까지 약 두 달간 이어진 하절기 ‘울산의 밤, 이야기(스토리) 야시장’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울산시가 주최하고 울산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한 이번 야시장은 하루 평균 7,690명, 총 누적 14만 6,1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울산의 여름밤을 환하게 밝혔다.  이번 하절기 이야기(스...
  5. 울주군치매안심센터, 국제피플투피플 춘해보건대챕터 치매극복 선도단체 지정 (뉴스21일간/최원영기자)=울주군치매안심센터가 12일 국제피플투피플 춘해보건대챕터(춘해보건대 대학생 봉사단체)를 ‘치매극복 선도단체’로 지정하고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이번 협약은 청년 봉사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 내 치매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치매 어르신께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
  6. 울산교육연수원, 청렴하고 신뢰받는 조직문화 조성 [뉴스21일간=이준수 ]  울산교육연수원은 9일 제17대 한현숙 원장 취임 이후 첫 청렴대책 추진단 회의를 열었다.  ‘참여와 소통으로 청렴한 울산교육’을 실현하고자 구성된 이번 추진단은 한현숙 원장을 단장으로 각 부서장과 팀장들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요 청렴 추진 과제 점검, 소통의 직장문화 조...
  7. 신천지의 두 얼굴 울산 청년 크루 페스티벌의 진실 [뉴스21일간=김태인 ]자료사진 "청년"의 이름 뒤에 숨은 검은 그림자, 울산 청년 크루 페스티벌의 진실2025년 9월, 울산에서 열리는 '제3회 청년 크루 페스티벌'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청년 문화를 위한 축제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사이비 종교 단체의 교묘한 포교 전략과 정치권과의 불편한 유착 가능...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