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저소득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화이자 백신 5억회 분을 기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영국 콘월 세인트아이브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5억 회분 구입해 전 세계 100여 개국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들은 오는 8월부터 전달될 것"이라며 "올해엔 총 2억 회분, 나머지 3억 회분은 내년 상반기에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생명을 구하고 팬데믹을 종식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면서 "이것(백신 접종)은 수천 만명의 미국인이 다시 그들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려운 시기, 미국은 도움을 주기 위해 손을 뻗는다"며 "우리의 가치는 전 세계에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한다"고 역설했다.
5억 회분 기부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를 실천할 경우 미국은 코백스(COVAX)의 최대 백신 기부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40억 달러 지원을 약속한 단일 최대 기금 제공국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 전 세계가 이 전염병 대유행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도울 것"이라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공유하는데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G7 국가들이 11일 백신 기부 약속에 대한 윤곽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G7 정상회의 공동 성명에 백신 지원 약속 내용이 포함되길 원하고 있다.
그간 미국은 자국민 우선 접종 원칙을 내세워 백신을 독식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와중에 미국 내에서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기자 국제사회의 전염병 대유행 극복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신문 기고문에서 부유한 나라들이 책임감을 짊어지고 세계에 백신을 접종시킬 때라고 호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입장을 환영한 뒤 "유럽연합(EU)도 최소한 미국과 같은 수준의 포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도주의 단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비영리 인도주의 단체 '더 원 캠페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는 "세계적인 유행병을 종식하기 위한 대담한 리더십"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다른 G7 국가들을 향해 "미국을 따라 더 많은 백신을 코백스에 기부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옥스팜도 "현재 백신 접종률로는 저소득 국가들이 G7국가들과 같은 수준의 보호를 받는데 57년이 걸린다. 이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을 감안할 때 자멸적인 것이기도 하다"며 백신 공유 노력을 요구한 바 있다.
앞서 미 언론들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 92개 저소득 국가와 아프리카연합에 대한 화이자 백신 5억 회분 기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G7 정상회의는 11~13일 열린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달 말까지 전 세계에 8000만 회분을 공여하기로 하고 이 중 2500만 회분에 대한 공급 계획을 지난 3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