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해 영변 핵시설에서 생산한 고농축 우라늄이 지난해 말까지 540kg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연구원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분석을 실었다.
하이노넨은 북한이 지난하 말까지 최대 705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원심분리기 교체 작업 등 다른 요인을 감안했을 때 실제 생산량은 540kg에 가깝다고 추산했다.
또 북한의 연간 고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은 핵탄두 6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150~160kg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핵탄두 1개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의 양은 전문가에 따라 20kg에서 27kg까지 다양하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하이노넨은 북한이 20~27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했다고 본 셈이다.
이 고농축 우라늄은 북한 영변에서 생산됐을 것이라고 하이노넨은 추측했다. 북한은 핵물질을 얻기 위해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각각 생산하는 시설을 영변에 두고 있다. 5메가와트 원자로 등에서 추출하는 플루토늄보다는 우라늄농축공장(UEP)에서 생산하는 고농축 우라늄이 북한 핵 프로그램의 근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노넨은 이번 기고문에서 북한이 2019년 북미정상회담 때 제시한 연변 핵시설 폐쇄가 성사됐다면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을 매우 감소시켜 비핵화 과정의 중요한 신뢰구축 조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영변 핵시설 폐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이 과거 이곳에서 생산한 핵물질 검증을 하기 전에는 UEP 등에 대한 완전한 해체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