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머크앤컴퍼니(Merck, MSD)가 개발한 코로나 경구용(먹는) 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미국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이 약이 승인되더라도 백신 접종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3일(현지 시각) ABC방송에 출연해 ‘치료제가 승인되면 백신이 불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이제 여러분은 약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잘못된 얘기”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1일 머크의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임상시험 결과 소식이 전해지자 식품의약국(FDA)이 최대한 빨리 긴급 사용승인을 심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머크와 협력사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는 감염 5일 이내의 코로나 환자 775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의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임상시험 참가자 절반은 몰누피라비르 알약을, 나머지 절반은 플라시보(가짜 약)를 각각 5일간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가벼운 또는 중간 정도의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 결과 29일 뒤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환자 중 7.3%만이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반해 플라시보 복용군의 입원률은 14.1%를 기록했다. 이 알약이 코로나 환자의 입원 가능성을 50% 가량 낮춰준 셈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플라시보를 복용한 임상시험 참가자 중에서는 8명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이 알약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이 있다. 머크도 가급적 빨리 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FDA가 허가하면 몰누피라비르는 세계 최초의 코로나 알약 치료제가 된다.
파우치 소장은 “잊지 말라. 병원에 가지 않고 죽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감염되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가 약을 가지고 있으니 백신을 안 맞아도 된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많은 사망자가 백신을 맞았더라면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병원에 입원하고 사망하는 사람들을 보면, 백신 미접종자가 압도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의 효능에 대해선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임상)시험 결과는 정말 매우 인상적"이라며 "통계적으로 분석한다면 사망과 입원을 50%까지 줄이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중요하게는 위약 그룹이 8명이 사망한 것에 비해 약물 그룹에서는 사망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실행되길 정말로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로버트 데이비스 머크 최고경영자(CEO)는 “몰누피라비르가 팬데믹과 싸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약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 기준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