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최초의 미국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향년 84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미국 언론은 이날 파월 전 장관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파월의 가족은 그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으며, 감염 후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1937년 뉴욕 할렘의 자메이카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파월 전 장관은 역대 4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퇴역 4성 장군이다.
그는 뉴욕시립대에서 학군단(ROTC)을 거쳐 소위로 임관해 한국, 서독 등지에서 근무했다. 베트남전에도 참전해 훈장을 받았다.
파월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1986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으로 임명되며 백악관에 입성해 1987년 11월에는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 올랐다.
또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공화당 행정부 시절인 1989년 흑인 최초이자 최연소 합참의장에 올랐다.
1991년 미국의 걸프전 때 합참의장으로서 전쟁을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끌었다.
파월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하 부시 행정부) 때인 2001년 1월에는 역시 흑인 최초로 국무장관으로 기용된 뒤 부시 2기 행정부가 출범하던 2005년 1월까지 자리를 지키며 대외 정책을 주도했다.
파월은 요직을 거치면서도 정치적 싸움과는 거리를 두고 명예를 중시하는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다.
다만 부시 행정부 시절이던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전쟁은 부시 행정부 뿐만 아니라 파월의 오점으로 남는다.
당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보유했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그는 200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의 WMD 보유 의혹을 제기하는 연설을 했지만, 이듬해 의회 연설에선 자신에게 제공된 증거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2005년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는 오점이고 항상 내 경력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고통스러웠고 지금도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파월은 부시 정부 후기부터 공화당의 우경화하는 데 실망해 아프리카계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자 2008년 투표일 수 주 전에 오바마 지지를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후보가 큰 표 차로 맥케인 후보를 이기긴 했지만 흑인뿐 아니라 백인에게도 신망과 인기가 높은 파월의 지지는 오바마 당선에 일조를 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