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향년 88세로 숨졌다.
노 전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의 주동 세력이라는 낙인과 직접선거로 당선된 첫 대통령이라는 상반된 수식어를 짊어졌던 삶을 살았다.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이어온 노 전 대통령은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 후 건강 악화로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머물러왔다. 최근 건강검진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잦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명과 암을 두루 보여줬다.
노 전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인 출신 정치인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육사 동기다.
전 전 대통령과는 제4공화국 당시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해 79년 12·12 군사 쿠테타와 이듬해 5·17 내란을 주도해 5공화국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 집권 후 정치인으로 전향했고,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통 사람의 위대한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당선됐다.
87년 6월 민주화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으나 당시 민주화 운동의 양대 거목이었던 고(故)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보통사람'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 전 대통령보다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독재를 이어갔고, 이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 파도를 유혈 진압하기도 했다.
그가 대통령 재임 당시 공산권 국가들을 상대로 추진했던 북방외교는 그의 최대 치적으로 꼽힌다.
퇴임 후인 95년에는 반란수괴·반란모의참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사건이었다.
이듬해에는 12·12 쿠테타, 5·18 광주항쟁 유혈 진압 및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인사들과 법정에 섰다.
1심에서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은 97년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을 최종 선고했다. 같은 해 말이었던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15대 대통령 선거 이틀 후 김영삼정부에 의해 사면복권 됐다.